“4년만의 아스달 '태알하'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앞으로도 '스스로 떳떳한 배우'가 되기 위한 행보를 거듭하겠다” 배우 김옥빈이 '아라문의 검'을 떠나보내는 배우로서의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최근 서울 종로구 카페 골목숲에서 tvN 드라마 '아라문의 검'을 마무리한 배우 김옥빈과 만났다.
'아라문의 검'은 한국형 판타지 콘셉트와 함께 2019년 방영된 '아스달 연대기'의 후속시즌작이다. 김옥빈은 극 중 세계관 최초 국가인 아스달의 왕후 '태알하'로 분했다.
특히 남편 타곤(장동건 분)을 향한 애증과 함께, 아들 아록을 후계자로 세우기 위한 권모술수를 거듭하는 권력지향형 캐릭터로서의 날카로움들이 김옥빈 특유의 무게감과 함께 한층 매력적으로 비쳐졌다.
김옥빈은 인터뷰 동안 차분하면서도 유쾌털털함을 잃지 않는 모습과 함께, '아라문의 검'을 중심으로 한 아스달 시리즈와 최근의 활동 소회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작품종영 소감
▲시즌1서 매듭짓지 못한 이야기들을 마무리짓고 싶다는 생각은 늘 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제작불투명에 태알하를 잊어갈 때쯤, 대본을 다시 받으니 뭉클했다.
당시의 감정기억들을 되살리고자 4년전 제 작품을 보고 하나하나 준비하면서, 오랫동안 함께한 '태알하'를 향한 애정 또한 깊어졌다.
-기억에 남는 반응?
▲'이걸 보려고 4년을 기다렸다'(웃음). 이 반응이 가장 감사하더라.
-시즌 1, 2의 태알하 감정이입 과정은?
▲시즌 1부터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지형지물이나 인물명 등 생소함에 따른 어려움이 있었는데, 어느정도 이해되고 난 이후에는 흥미롭고 재밌었다.
또 대사표현 측면에 있어서도 처음에는 생소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간다면 받아들여지리라 자신했다. 그것이 사전제작과 함께 어느정도 통했다.
시즌2에서의 캐릭터 접근은 소녀 같은 시즌1에 비해 욕망이 한층 더 강화된 느낌을 줬다. 사람과 사랑을 믿은 댓가가 부질없음을 체득한 태알하의 어딘가 비뚤어진 모습이 가엽기도 하고, 애정이 가기도 했다.
-캐릭터 표현의 중점은?
▲마치 셰익스피어 작품을 하는 듯한 어려운 대사와 음율을 표현하면서도, 어색하지 않게 접근하려고 늘 노력했다.
경쾌한 소녀면모의 시즌1에 이어, 이번 시즌2 아라문에서는 왕후로서의 위엄을 좀 더 보여주고자 했다.
물론 그에 따라 액션비중이 좀 줄어들긴 했지만, 권력쟁취를 위한 내부의 적으로서의 면모를 좀 더 보여줄 수 있어서 나쁘지 않았다.
-시즌 통틀어 까다로웠던 연기?
▲아버지 미홀, 타곤을 살해하는 장면과 아들 아록에게 칼을 주는 장면 등이 좀 까다로웠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캐릭터의 성격을 보여주는 장면으로서 힘을 실어야 했기 때문이다.
거부해왔던 아버지의 말이 결국 옳음을 깨닫고 해족의 우두머리가 되는 과정이나 아들과의 장면에서 힘을 갖지 않으면 짓밟히는 아스달 속 태알하를 한 번에 보여주고자 했다.
타곤과의 장면은 장면의 극적인 감정과 함께, 시청자들에게 '그래도 내가 사랑했던 사람에게 죽음을 당하는 게 낫지 않았나'하는 마음을 전해야했다.
-두 시즌 함께한 장동건과의 호흡은 어땠나?
▲실제 시즌1에서의 열손을 서로 갖겠다고 하는 장면을 '명의이전 싸움'이라 우스갯소리를 나누기도 하고, 여러 대립구도 장면을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할 정도로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시즌을 오래 함께 하다보니, 보기만 해도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겠고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을 정도로 통하게 되더라.
-처음 생각대로 '태알하'가 잘 만들어졌는지?
▲시간상의 한계로 아쉬움은 있지만 차근차근 잘 밟아왔다고 생각한다. 권력욕망, 왕후면모 등의 성장면모를 차분히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시즌3 기대감?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만약 제작된다면 그렇게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을 보고싶기는 하다.
-SNL과 연애대전, 아라문 등 올해 다양한 매력을 선보였다. 각각의 소회는?
▲전에 해본 적 없는 코믹감 있는 SNL을 통해 안보여줬던 부분을 보여줘서 스스로도 재밌었다. 마찬가지로 '연애대전' 출연도 촬영할 때는 스스로 어색했지만, 주변에서 신선해했다.
이번 아라문에 이르기까지 제가 가진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감사하다.
-곧 데뷔 20주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인간 김옥빈을 바꾼 작품호흡이 있다면?
배우활동 속 인간적인 호흡이 바뀐 지점은 크게 영화 '박쥐'(2009년) 태주 역, 드라마 '유나의 거리'(2014년) 강유나 두 연기를 마친 때였다.
현장에서 선배들의 연기를 참고해서 보면서, 인간적인 소통을 많이 나누면서 한층 더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선배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성장해온 것이 지금 현장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요즘같은 가을감이 느껴질 때면 '유나의 거리'가 유독 생각난다. 그것도 새로운 스핀오프나 시즌을 계획한다면 꼭 해보고 싶다.
-영화·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환경 변화, 시즌제 전개에 따른 배우소회?
▲과거와 달리, 요즘은 드라마나 영화 모두 타이트한 일정 때문에 현장간의 차이는 별로 없다. 다만 작품서사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대략 두 시간 내에 끝나는 영화보다는 드라마 측면의 인물서사가 좀 더 깊고 오래 표현할 수도,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와 함께 시즌제 전개로 배우로서의 캐릭터 애착감 또한 늘어나는 것 같다.
-배우로서의 포부?
▲이러저러한 필모그래피를 더 쌓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스달 시리즈의 강렬함에 한 발짝 더 다가간 제대로 된 빌런연기와 함께, 디어 마이 프렌즈·우리들의 블루스·무빙 등 사람들의 편안한 이야기가 좀 담겨있는 따뜻한 색감들을 해보고 싶다.
쑥스러움을 견뎌가며 찍었던 연애대전 속 로코분위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달콤살벌 로맨스' 감각의 색다른 변주의 작품이라면 그것도 좋을 것 같다.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지?
▲제가 맡은 배역이 어떻다 하더라도, 스스로가 열심히 한 걸 인정할 수 있는 '스스로에게 떳떳한 배우'가 되고 싶다. 또한 다양한 곳에 어울리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
-팬들에게 한 마디?
▲어떤 팬분이 제게 '배우덕질 하기 힘드네'하시더라(웃음). 자주 모습을 비추고 해야하는데 죄송함을 느끼는 동시에, 감사함을 느꼈다.
많이 기다려주신 팬분들께 감사하며,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
전자신문인터넷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