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이 중견 이상 상용소프트웨어(SW) 기업에 다수공급자계약(MAS) 제도 적용 시점을 내년 1월에서 7월로 6개월 연기했다. 중견SW 기업은 제도 연기를 환영하면서도 여전히 세부 평가 기준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했다.
조달청은 최근 △SW 업계 요구 △기획재정부와 세부 기준 협의 △내년 차세대 나라장터 계약 시스템 변경에 따른 시스템 안정화 등을 이유로 MAS 제도 시행을 연기한다는 행정 예고를 내렸다.
조달청 관계자는 “업계에서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었고, 기재부와 평가 기준 협의가 아직 안됐다”며 “내년 차세대 나라장터 계약 시스템이 개통되기 때문에 MAS 도입도 시스템 안정화 이후 시행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MAS 제도 개정으로 제3자 단가계약(수의계약)은 중소SW 기업만 가능하다. 중견SW은 대기업, 글로벌 기업과 경쟁을 앞두고 있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한다. MAS 제도는 공공 계약에서 일정 기준을 통과한 기업을 선별해 가격·성능 등으로 2차 경쟁을 펼친다.
중견SW 업계는 연기 소식을 환영하면서도 MAS 적용 추가 연장을 주장했다. 가격 출혈 경쟁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 평가 기준을 미리 공개를 통한 충분한 준비 시간도 요구하고 있다.
중견SW 업계 관계자는 “MAS 제도가 국제적 추세라는 조달청 의견에 동의하나 중견 SW 기업은 IBM, 오라클, SAP 같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며 “이들은 제품 테스트 인력만 2만명 가량이고, 중견 SW는 개발 인력이 600명 정도로 경쟁이 어려운 구조로 더 연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달청은 지난 2021년 '상용SW 제3자단가계약 업무처리 기준'을 개정했다. 2년가량 지난 현재까지 평가기준이 나오지 않았다.
다른 중견SW 업계 관계자는 “기존 종료 예정인 계약을 전부 MAS로 변경하는데 필요한 서류 준비 시간만 최소 1~2달 걸린다”며 “기업이 한번에 계약을 변경하니 조달청에서도 업무가 몰려 검토 시간만 2달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내년 7월 시행이면 늦어도 적어도 2월에는 평가 기준이 발표돼야 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달청은 지난 8월 간담회를 열고 2단계 경쟁 기준안을 발표했다. 업계 의견을 반영해 '최저가 경쟁' 방지를 할 수 있게 평균제안율과 가격하한율을 도입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는 기재부와 협의가 안된 기준안이다. 기재부와 협의 내용에 따라 여전히 입찰을 위해 가격을 낮추는 출혈 경쟁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기재부와 평가 기준을 확정해 업계에 전달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