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사외이사회 소집·주재 권한을 갖는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강조한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과 사외이사 권한을 강화하는 거버넌스 체제 재편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삼성SDI와 삼성SDS는 26일 이사회를 열어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선임사외이사 제도는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을 경우,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사외이사를 뽑아 적절한 균형과 견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다. 선임사외이사는 사외이사회를 소집하고 회의를 주재할 권한이 있으며, 경영진에게 주요 현안 관련 보고를 요구할 수도 있다.
여기에 이사회 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을 협의하며, 이사회 의장 및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소통이 원활하도록 중재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이사회 의장인 최고경영자(CEO)가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날 경우 이사회 의장을 맡으며 새 CEO 선임 과정을 주도하게 된다.
삼성SDI는 권오경 이사(한양대 석좌교수), 삼성SDS는 신현한 이사(연세대 교수)를 각각 선임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현재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지 않은 삼성 계열사도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을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 삼성물산 등 8개 사는 이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어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 대상은 아니다.
삼성이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한 것은 거버넌스 체제를 재편,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고 사회와의 소통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이다.
선임사외이사 제도는 현재 국내 상법상 비 금융권 기업에는 의무 사항이 아니다. 삼성은 외부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용하고자 선제적으로 제도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은 기존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에 더해 선임사외이사 제도까지 추가하며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 정착과 거버넌스 체제 재편을 위한 '표준 모델'을 주요 계열사에 접목하게 됐다는 평가다.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은 이재용 회장의 강력한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10월 대국민 입장문을 발표하며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 스스로도 지난해 회장 승진 시 별도 승인 절차가 필요 없음에도 이사회 논의 절차를 거쳐 결정하는 등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을 실천한 바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2018년 3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고, 2022년 2월에는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했다. 우리나라에서 비 금융권 기준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기업은 지난해 14%에 불과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