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비교플랫폼이 표준 API 기반으로 운영된다. 특약 등을 반영한 추가 API 개발은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독점 상품 출시 등 차별화도 막혔다. 스타트업에게 동등한 출발선을 보장하지만, 빅테크는 경쟁력을 발휘하는데 제한을 받는다.
26일 본지가 입수한 '플랫폼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의 원활한 준비 및 운영을 위한 공동업무협약'에 따르면 '보험비교추천서비스 개별API' 방식은 사실상 봉쇄됐다. 협약 안에는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해외여행자보험, 저축성보험(연금제외) 상품을 표준 API 명세서에 따른 서비스 출시 이후 부득이하게 특정 운영회사 간 개별 API를 추가 운영해야 하는 경우 협의체에서 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각사별 논의가 아닌 보험업계가 참여하는 협의체에서 논의하기로 결정됨에 따라 사실상 개별 API 개발은 불가능할 전망이다.
'4종목 이외 보험상품은 운영회사 간 개별 협의를 통해 별도 API를 개발할 수 있다'는 항목도 규정됐으나, 서비스 논의 초기부터 보험사들이 서비스에 담길 상품군을 고집해왔기에 개별 API 운영은 사실상 불발됐다.
보험비교플랫폼에서 독점 상품을 출시하거나 상품 노출 순위를 조정하는 등 차별화 전략도 어려울 전망이다.
협약안에 따르면 보험비교플랫폼에 참여하는 핀테크 업체는 △플랫폼의 우월한 지위를 활용하거나 △비교·추천에 대한 알고리즘이 특정 보험회사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자사 플랫폼과만 거래를 강요하거나 특정상품을 자사 플랫폼에서만 비교·추천하도록 요구하는 행위 △계열 보험회사 등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는 행위 △수수료가 높은 순으로 추천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규정을 통해 보험비교추천서비스 출시 플랫폼에 공정한 스타트라인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보험회사와 핀테크사들은 다음 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핀테크 업계에 따르면 일부 업체가 최종까지 개별 API 도입을 주장했지만, '플랫폼 출범' 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표준 API를 받아들이기 했다.
하지만, 플랫폼사들은 보험사 플랫폼 마케팅(PM) 요율 책정에 여전히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기존 대면, 텔레마케팅(TM), 사이버마케팅(CM) 요율 체계에 더해 PM요율 책정을 작업에 돌입했다. 보험요율은 보험 가입 금액에 대한 보험료 비율로, 같은 상품이라도 판매 채널별로 운영비용, 사업비 등에 따라 다르다. 자사 다이렉트 채널 등 CM 요율이 가장 낮다.
대형보험사들을 PM 요율을 CM 요율보다 높게 산정한다는 방침이다. 비교추천서비스 플랫폼 입점에 따른 추가 사업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PM요율을 새롭게 책정할 것이 아니라 플랫폼 입점을 통해 절감된 광고·마케팅비를 보험가격 인하에 반영하는 것이 더욱 고객 지향적인 선택이자, 경쟁을 유도하는 비교추천 본래 취지에도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보험료 산정 방식은 보험사 자율에 맡긴다는 방침이다. 다만 플랫폼과 자사채널에서 보험가격이 다를 시 이를 명시하도록 규정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요율 책정 정책은 각 사별 사업 전략에 따른 것”이라며 “보험업계는 가격경쟁을, 플랫폼은 차별화 전략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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