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못추는 사이버보안 상장사…“보안 투자 늘려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청년 화이트해커와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청년 화이트해커와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디지털 전환 가속과 함께 세계 사이버보안 시장도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정보보호 상장사는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사이버보안 강화 의지와 달리 국내 기업이 보안 투자에 인색하면서 정보보호 기업 실적이 뒷걸음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와 사이버안보 공조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사이버보안 기업 주가가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어 단적으로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주요 정보보호 기업 상장사의 올해 초 시작가와 지난 27일 종가를 비교하면, 파수(-30.9%), 지란지교시큐리티(-6.5%), 휴네시온(-11.2%) 등이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반면 지니언스, 파이오링크, 이글루코퍼레이션은 오름세를 보였다. 지니언스는 무려 46.2% 상승했고, 파이오링크(2.5%)와 이글루코퍼레이션(2.5%)은 소폭 올랐다.

증권가는 신산업에 비해 사이버보안이 주목받지 못한 데다 주요 상장사 실적이 악화한 점을 주가 약세의 원인으로 꼽는다.

실제 올 상반기 실적을 살펴보면, 파수와 지란지교시큐리티는 매출 감소와 함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지난해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한 지니언스는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니언스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9.5%, 31.5% 증가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파이오링크는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심의섭 NH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이차전지 등 미래 신산업에 쏠림현상이 강해 사이버보안은 외면 받았다”면서 “높은 연간 성장률(YoY)을 보인 지니언스를 제외하고 대부분 사이버보안 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사이버보안에 대한 관심이 실적 성장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사이버보안 기업은 호실적을 이어가며 기업가치도 높아진다. 팔로알토네트웍스 주가는 올해 들더 71.1% 올랐다. 지스케일러와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역시 각각 38%, 64.1% 증가했다.

업계에선 미국 사이버보안 기업의 높은 성장세와 비교해 국내 기업이 정보보호 투자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한다. 더욱이 경기침체 불안감으로 보안 투자에 지갑을 닫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외국계 정보보호 기업 대표는 “미국 등 해외 주요국에선 사이버보안 투자는 실적 변동과 상관없이 꾸준히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면서 “나라 곳간이 어렵다고 해도 국방비를 쉽게 줄일 순 없는데, 한국은 가장 먼저 보안 예산을 삭감한다”고 꼬집었다.

조재학 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