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함'이 지배한 사회다. 청소년을 중심으로 최근 탕후루 열풍이 불면서 당 과다 섭취 문제가 대두, 급기야 국정감사장에는 국내 유명 탕후루 프랜차이즈 임원까지 출석하면서 문제해결 필요성이 급증하고 있다.
탕후루는 중국 전통 디저트로 꼬치에 다양한 과일을 끼운 뒤 끓인 설탕물을 코팅해 먹는 방식이다. 이는 과일의 자연당인 과당을 비롯해 단순당인 설탕까지 더해져 과잉 당분으로 인한 위험이 커진다.
그동안 많은 연구를 통해 적당한 당분 섭취에 따른 장점은 많이 알려져 있다. 우리 몸은 당분 섭취를 통해 피로회복과 더불어 정신적인 안정감을 찾게 된다.
그러나 당분을 탕후루와 같은 초가공식품을 통해 과잉 섭취할 경우 당뇨병이나 심혈관 질환, 비만과 같은 질병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심지어 질병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이들 초가공식품은 술과 담배와 같은 중독성까지 갖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실제 탕후루 1개에는 단순당인 설탕이 최소 10g부터 최대 25g까지 포함돼 있다. 이로 인해 탕후루 1개를 섭취할 경우 하루 권장 당 섭취량(50g)의 절반 가까이 섭취하게 된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가공식품으로 섭취하는 당류를 하루 총 열량의 10% 미만으로 섭취하도록 권고한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 같은 당 과다 섭취 문제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해외에서는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과다 섭취의 주공급원을 음료수로 지적하고 관련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실제 미국 터프츠대 메디컬센터 연구진이 185개국 성인을 대상으로 탄산음료 등 가당 음료 섭취량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990년을 시작으로 2018년까지 가당 음료 섭취량은 16% 증가했다.
이 가운데 2010년의 경우 가당 음료 섭취가 사망에 기인한 사망자는 전 세계적으로 18만4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가운데 약 70%는 제2형 당뇨병, 24%는 심혈관 질환, 3.5%는 비만 관련 암이 원인이었다.
이처럼 당류 과다 섭취에 따른 위험성으로 WHO 등이 이를 제한하도록 권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류 과다 섭취가 증가하는 추세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한다.
이러한 추세는 당류가 과다 함유된 가공식품의 중독성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최근 미국과 스페인, 브라질 3개국 공동연구팀이 36개국 281개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를 보면 성인 및 청소년의 음식중독 증상이 대부분 가당 음료나 탕후루와 같은 초가공식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들 음식 섭취 간 통제력 감소, 금단 현상, 폭식 장애 등을 기준으로 중독성을 분석, 성인의 초가공식품 중독 수치는 14%라고 발표했다. 이는 술과 동일한 수준이며 중독성이 18%에 달하는 담배보다 조금 낮은 정도다. 청소년의 초가공식품 중독 수치는 12%로 술·담배 중독치에 가까운 정도를 나타냈다.
연구팀은 초가공식품이 중독성을 가질 수 있는 이유로 '도파민'을 꼽는다. 도파민은 뇌 신경전달물질로 급증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초가공식품이 당분 섭취로 인한 도파민 증가를 반복 유도, 궁극적으로 중독 증상을 일으켜 이러한 도파민 보상을 갈구하게 만들면서 술 또는 담배처럼 더 자주 초가공식품을 찾게 된다고 설명한다.
다만 초가공식품에 포함된 어떠한 특정 물질이 이러한 과정에 관여하는 지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으면서 그 위험성은 중독 물질이 명확히 규명된 술이나 담배보다 위험하다고 연구팀은 경고한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초가공식품과 중독성 간 연관성을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건강에 해를 끼치는 이들 초가공식품을 강력한 중독성 물질로 시급히 규정해 위험성을 빠르게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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