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지주사 시스템 근간이 된 금융지주회사법이 현 시점에서는 오히려 시대변화 대응이 어렵도록 금융사들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법학회는 금융지주사들이 법제에 묶여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그룹사의 연구개발(R&D)을 주도하기 어렵고, 모든 자회사를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조율하는 권한과 책임이 보장돼 있지 않아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금융사 비이자수익을 강화하려면 장기적으로 ICT 활용능력 강화, 벤처투자 및 해외진출을 장려하고 업무 효율화를 위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행법학회 연구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내 10개 금융지주(△신한 △KB △우리 △하나 △농협 △DGB △BNK △메리츠 △한국투자) 총 자산합계는 3477조5000억원, 당기순이익은 13조6238억원으로 집계됐다.
각 지주사들은 '더뱅커' 기준 글로벌 순위에서 KB 60위, 신한 63위, 하나 76위, 우리 93위를 각각 차지했다. 국제 경제규모를 고려할 때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비교적 부진한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지주사들 또한 경쟁력 약화 이유로 금융지주회사법상 명시된 '비금융회사 출자 제한 규제'를 꼽는다. 2017년 카카오뱅크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처럼 비금융기업이 금융업을 영위하는 것은 허용이 됐는데, 반대로 금융지주회사가 비금융업을 영위하는 것은 제한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통적인 금산분리 원칙에 의한 규제인데, 금융지주회사가 막강한 자금력으로 비금융업 시장 질서를 교란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적용됐었다. 다만 현재는 금융-비금융 간 경계가 흐려진 데다, 각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금융사업에 활용 가능하다는 '고객망 확대' 개념 쪽 주장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정책당국은 지난 2021년 디지털 유니버셜 뱅크로의 전환을 중심으로 은행의 겸영 및 부수업무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실질적인 법제 정비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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