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브랜드는 팬데믹 이후 새롭게 출현한 불황과 불확실성으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칸타의 브랜드 자산 가치 순위 조사 결과인 '2023 글로벌 톱100 브랜드' 보고서에 따르면, 전년 대비 브랜드 가치의 총합은 20%나 감소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에 따른 충격의 강도와 범위는 브랜드마다 각기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충격을 덜 받고 빠르게 회복한 브랜드도 있었으며, 심지어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한 브랜드도 다수 존재했다. 브랜드가 위기에도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며, 성장한 브랜드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조사에 따르면 성장하는 브랜드는 우수한 '브랜드 자산'을 바탕으로 다른 브랜드보다 타격을 적게 받았다. 이들 브랜드의 브랜드 자산은 시장 충격을 완화하고 심지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브랜드 자산이 강한 브랜드는 약한 브랜드 대비 최대 두 배 이상의 차이를 만들었는데,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디올(Dior)의 경우, 중국에서 공식 스토어 오픈하고 발렌타인데이 중국 한정판 여성용 가방 판매 등 공격적인 디지털 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디올은 2022년 대비 9% 성장한 114억 달러의 브랜드 가치를 달성할 수 있었다. 이는 소비자와의 지속적 관계 개선을 통한 브랜드 자산 구축을 잘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성장하는 브랜드들은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가치로 '가격 정당성(Pricing Power)'을 강화했다. 세계적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은 소비 습관에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칸타의 브랜드Z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격에 대한 소비자 수용도와 정당성을 나타내는 '가격정당성'을 강화한 브랜드는 두 배 더 빠른 성장을 달성했다. 또한, 칸타가 선정한 '성장하는 100대 브랜드'의 절반 이상이 브랜드 강화를 통해 소비자로부터 높은 가격 정당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 사례가 펩시(Pepsi)다. 펩시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두 자릿수 인상된 광고비를 집행하는 등 공격적 활동으로 명확하게 펩시만의 가치를 전달하고 브랜드 구축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했다. 그 결과, 지난 4년간 꾸준한 성장을 이어오고 올해에도 전년 대비 17.4% 성장한 브랜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성장하는 브랜드들은 '지속가능성'에 집중하고 있었다. 브랜드의 지속가능성 활동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2014년 대비 무려 84% 증가했다. 즉, 지속가능성이 브랜드 성장 전략을 위한 새로운 키워드로 부상한 것이다. 다만, 칸타 조사 결과 지속가능성 전략은 △경험 △기능 △편의성 △노출이라는 네 가지 브랜드 구축 요소가 사전에 충족되었을 때 더욱 우수한 가격 정당성을 제공하며 효과적인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급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위기 속에서도 성장한 브랜드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이는 바로 그들이 성장을 위한 유의미한 '차별화(Different)'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차별화를 구축하는 방식 중 하나는 업계를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을 강화하는 것이다. 틱톡(Tiktok)은 콘텐츠 크리에이티브로 트렌드를 선도한 대표 사례이다. 이외에도 디즈니플러스(Disney Plus)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통일되고 강력한 '정서적' 특성을 강화하며, 타 브랜드와 차별화된 감성을 전달하는 방식도 있다. 세계 여러 국가중에서도 특히 한국 브랜드들이 이러한 '정서적' 차별화를 더 선호하고 집중하고 있는데, 이는 즉 소비자와의 정서적 관계가 타 국가대비 우수한 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도 칸타가 조사한 한국 브랜드의 약 25%가 소비자와의 강력한 정서적 관계를 유지하며 차별성을 구축했고, 이들 브랜드의 절반이 그렇지 않은 브랜드 대비 더 높은 가격 경쟁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이후 소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며 브랜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브랜드는 경기 침체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며 소비자의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의 필요성을 그 어느때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다. 브랜드 자산을 강화하고자 한다면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요소와 차별화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만 브랜드를 외면하는 소비자를 사로잡고 위기상황에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최문희 칸타코리아 부대표 moonee.choi@kanta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