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호 김초 신양초 교사가 전하는 초등과학 공부법
의대쏠림 현상을 비롯해 자연계열 지망 학생이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과학 과목에 대한 중요성도 커졌다. 교육 전문가들은 “의대·자연계열 지원을 원하는 학생의 경우, 성적 변별을 위해 수학과 함께 과학 과목을 잘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과학을 어려워하지 않고 흥미를 갖게 하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과학을 가까이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초등교사 15년 경력의 '슬기로운 초등생활' 이은경 작가와 조윤호 김포 신양초 교사가 전해준 초등과학 공부법을 정리했다.
◇“엉뚱한 질문 존중하고 호기심 키워줘야”
초등학교 과학 교육과정의 중요한 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과학 발전을 국가경쟁력으로 보는 국가에서 요구하는 교육 방향이다. 또 하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미래 세대 역량을 키워 행복한 개인 삶을 이루는 것이다. 현재 교육과정은 과학 본성인 '탐구'와 미래 사회를 살아갈 능력인 '창의융합' 교육법을 제시한다.
초등학생은 과학에 대한 경험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을 교과서만으로 한정해 접근하면 따분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과학은 자연환경, 공학 등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것이기 때문에 일상생활과 연계한 과학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모든 것이 과학 교과서에 언젠가는 나올 것이기 때문에 과학 원리와 법칙을 즐겁게 경험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아이마다 관심을 갖는 분야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아이의 성향에 맞게 호기심을 키워주는 것이 좋다. 개미를 좋아하는 아이와는 개미굴을 찾아 따라가 보고, 눈 내리는 날을 좋아하는 아이와는 눈을 관찰해보는 식이다. 저마다 각자 좋아하는 과학 영역이 있기 때문에 부모가 그것을 존중해 주면 아이가 과학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늘에 있는 별은 실에 매달려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안 떨어져?” 와 같은 엉뚱한 질문을 하는 아이를 독려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의 질문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아이가 끊임없이 질문하고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
아이의 엉뚱한 질문에 “다음에 얘기해” “네가 스스로 찾아봐”처럼 상황을 미루거나 정답만을 강조하하는 답변은 피하는 것이 좋다. 대신 “어쩌면 그런 좋은 생각을 해 봤니?” “엄마 아빠도 잘 모르지만 함께 찾아보면서 얘기해 볼까?”와 같은 답변을 통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과학적 탐구 태도를 키워줄 수 있다.
◇“학교·가정에서 과학 실험 기회 많을수록 좋아”
아이의 엉뚱한 질문에서 시작하는 낮은 수준의 창의적 소질은 교육과 훈련을 통해 발달한다. 단순한 예상을 가설로 발전시켜 사고할 수 있도록 하고, 가설을 실험설계와 사고실험을 통해 확인한다. 이런 과정을 기록하고 자료로 정리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과학실에서 진행하는 실험활동이 아이들의 창의적 소질을 키워내는 중요한 과정인 이유다.
많은 초등학교 학생이 처음에는 스포이트로 용액을 비커에 옮기는 것과 같은 실험활동에 관심을 가지다가도 흥미를 잃는 경우가 많다. 수업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실험을 직접 해 볼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과 실험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었다가도 점차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학교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과학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젓가락이나 빨대, 음료수 등을 가지고도 과학 실험을 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과학자가 모두 방구석에서 과학적 원리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장소나 경험의 양뿐 아니라, 생각과 태도도 중요하다. 가정에서 과학 활동이 어렵다면 과학관 실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초등 '과학 어휘' 꼭 챙겨주세요”
많은 학부모가 초등 과학은 문제집을 많이 풀면 점수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초등학교 단원평가 100점은 큰 의미가 없다. 과학은 고등학교 때까지 길게 공부해야 하는 과목이기 때문에 초등학교 과학 점수를 가지고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 초등과학 문제집의 경우, 실험 결과를 묻는 문제가 많이 나오는 경향이 있다. 초등학생 때는 모든 실험의 결과를 일일이 기억하는 것보다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과학 어휘를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중학교에 올라가면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과목 중 하나가가 과학이다. 대다수 학생이 과학의 중요 어휘와 개념을 챙기지 못하고 중학생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학교 과학에 나오는 어휘와 개념은 초등학교 때 나온 것들이 대부분이다. 초등학교 과학 어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중학교로 올라가면, 다시 과학 어휘와 개념을 습득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다.
교과서에 나오는 과학 어휘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읽어가면서 2번 정도 반복해서 정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처음 볼 때는 이 어휘가 어떤 실험에서 나오는지 확인하는 정도만 공부해도 좋다. 이후에는 각 어휘가 갖는 의미 정도는 알 수 있도록 공부해야 한다. 결국 중학교 과학은 초등 과학을 좀 더 깊게 공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 어휘를 공부해야 한다고 하면, 사교육을 떠올리는 학부모가 많다. 2028 대입 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사교육 시장의 불안 마케팅도 한 몫 한다. 그러나 초등 과학 사교육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028 대입 개편안을 봐도 모든 과학 과목을 완벽하게 심화 과정으로 공부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과학 학원 교육이 창의성을 키우기보다는 틀에 짜인 과정을 제공하거나 결과가 정해진 키트를 다루는 활동으로 수업하는 경우가 많다.
과학 학원보다는 집에서 초등학교 고학년 때 중학교 과학 어휘를 미리 정리할 것을 추천한다. 관심 있는 분야, 자신 있는 단어와 어휘부터 살펴보고 점차 단계를 높여가는 것이다. EBS 중등 과학 강의를 들어보는 것도 배경지식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과학 잡지를 구독해 읽어 보는 것도 좋다. 과학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놓는 것이다. 대신, 공부하는 것처럼 잡지를 모두 읽을 필요는 없다. 흥미가 있는 분야만 읽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과학관에서 즐겁게 놀고 과학 영화·다큐멘터리 감상”
놀이터 가듯 동네 과학관을 찾는 것도 과학과 친해지는 방법 중 하나다. 최근 교육계의 중요한 화두는 쌍방향 소통이다. 과학관 체험과 같은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교육 경험을 늘리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서 핵심은 '놀이터 가듯'이다. 놀이터는 아이에게 임무가 없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머무르는 공간이다.
과학관 체험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무엇을 보든 어떤 것에 관심을 갖든 부모는 간섭하지 말고 아이와의 거리를 두고 지켜봐 줘야 한다. 간혹 아이가 모르는 것을 물어볼 때는 아는 범위 내에서 대답해 주는 것만으로도 부모 역할은 충분하다.
과학관의 모든 전시를 꼼꼼하게 봐야 한다는 생각 대신 아이가 다시 과학관에 가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과학관에서 무엇을 봤고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 질문하는 것보다는 아이가 재미있게 과학관을 즐길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과학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도 좋다. 책보다 빠른 시간 안에 과학에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가족과 함께 주말에 동물, 자연, 우주 등 다양한 주제의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다.
과학책은 전집을 한꺼번에 구매하는 것보다 아이가 흥미를 보이는 분야의 책부터 한 권씩 구매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일반적으로 볼 때 낱권씩 책을 사는 것보다 전집을 구매하는 것이 가격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집을 사놓고 읽지 않으면 결코 저렴한 것이 아니다. 가격보다는 아이의 관심도에 맞는 책을 골라야 한다.
※이은경 선생님과 조윤호 선생님이 추천한 과학책과 다큐멘터리 목록은 에듀플러스 뉴스레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