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수익, 생산품, 시간 무엇이든 좋습니다. 1%만 콜로라도에 서약하세요.”
미국 콜로라도 주 스타트업 생태계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플레지 1% 콜로라도(Pledge 1% Colorade)'는 스타트업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비즈니스 주체가 지역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비영리단체다. 2007년 첫 서약 이후 1000만달러가 넘는 기부금과 수천시간의 자원봉사가 지역 생태계로 환원됐다.
이 운동은 콜로라도 주 작은 마을인 볼더(Boulder)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콜로라도에 기반한 스타트업이나 창업자가 상장이나 회수에 성공할 경우 1% 지분을 지역 사회에 기부하거나 시간을 할애하는 식이다. 약 250개 가량의 콜로라도 스타트업이 참여해 생태계 전반의 발전을 꾀한다.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대학 및 연구기관, 투자자까지 사실상 모두가 이 운동 구성원이다. 로키산맥 아래 인구 10만명에 불과한 도시에서 시작된 문화가 콜로라도 주 전역으로 번졌다.
볼더에 이러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정착시킨 것은 초기 투자기관 역할이 컸다. 볼더 소재 투자기관이자 액셀러레이터인 테크스타즈가 대표적 사례다. 테크스타즈는 '우리가 먼저 베푼다(We Give First)'를 회사 행동 지침으로 삼아 지역 스타트업 성장을 앞장서 지원했다.
그 결과 미국 대도시 지역 가운데서도 하이테크 스타트업 밀집도가 가장 높은 도시로 성장했다. 미국 스타트업 수도로 불리며, 자본 당 특허 출원이 가장 높은 도시가 되는 등 그야말로 '강소 창업도시'로 거듭났다. 실제 2021년 기준 볼더 지방 1인당 소득은 8만9593달러로 미국내 6번째로 높다. 전년 대비 7.7% 성장할 정도로 성장세도 높다.
'먼저 베푼다'는 스타트업 구성원의 철학은 볼더를 넘어 콜로라도 주 전반으로 확산됐다. 지역 기반 엔젤투자에서 시작된 작은 기부 행위는 어느새 콜로라도 주에서 매년 12월 연례행사를 개최할 정도가 됐다.
미국 강소 창업도시 볼더가 보여주는 사례는 국내 창업생태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창업생태계는 점점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다. 2011년까지만해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엔젤투자 비중은 4대 6으로 비교적 고르게 분포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비수도권 엔젤투자 규모는 점차 줄어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77.3%에 이를 정도로 불균형이 심화됐다.
지역 엔젤투자 허브 설립 등 최근 정부 차원에서 지역 기반 엔젤투자 생태계를 복원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것도 볼더와 같은 자율적인 창업 생태계 조성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1년 충청권과 호남권에 지난 7월에는 동남권 엔젤투자허브를 조성해 지역 단위 엔젤투자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