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애 작가 “미세먼지 가득한 도시 사진에 담아 경각심 심어주고 싶었어요”

한기애 사진작가
한기애 사진작가

“2016년부터 8년 동안 카메라 프레임에 미세먼지가 잔뜩 낀 도시 단면을 담았어요. 미세먼지를 주제로 작품을 선보여 사람들에게 탄소배출과 이상기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한기애 작가는 미세먼지가 잔득 낀 도시를 카메라 앵글에 담아 무분별한 탄소배출과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이상기후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특히 미세먼지로 뒤덮인 회색 서울의 모습에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2020년 개인전 'Fine Dust I' 이후 꾸준히 관련 작품을 발표해왔다.

한 작가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집중호우, 폭염 등 이상기후현상이 세계적으로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더 이상 다른 나라 이슈가 아닌 지구 생명체 전체의 생사가 달린 문제”라며 “무분별한 탄소배출과 그로인한 미세먼지 발생, 이상기후 현상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과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한 작가는 미세먼지를 독특한 방식으로 펼쳐 보여주고 있다. 미세먼지가 아주 심한 날과 대기가 매우 깨끗한 날, 도시의 대표적 랜드마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하나의 이미지로 겹쳐 보여 준다.

또 매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앵글의 사진을 찍어 날마다 변화하는 대기 중 농도를 달력 형식으로 기록했다. 사진을 찍으며 매일 기록한 미세먼지 지수는 작품 캡션으로 쓰고 있다.

하노이서호 11월 2일_Pigment print_100x150cm_2022
하노이서호 11월 2일_Pigment print_100x150cm_2022

한 작가는 “관람객은 작품을 통해 보도사진 속 미세먼지가 아니라 시간이 합성된 조형적 풍경을 보게된다”며 “이런 보여주기 방식은 미세먼지를 추적하는 작가의 치열한 문제의식에서 나왔지만, 관람객이 작품을 바라보며 미세먼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함께 공유해주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이라는 매개를 이용해 산업 쓰레기의 가장 작은 알갱이인 미세먼지를 이미지화해 액자 속에 가둬 두고 '더이상 안돼!'라는 강한 부정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한 작가는 오는 11월 11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김영섭사진화랑에서 개인전 'Fine Dust IV_Abroad' 전시회를 진행한다.

한국여성사진가협회 창립 25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여성작가 릴레이 프로젝트 '감각의 방향' 중 여덟 번째 전시회다.

한 작가는 “전시회를 통해 미세먼지가 개별 국가 차원의 문제를 넘어 지구적 문제임을 상기시켜 주고 싶다”며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는 베트남, 인도 등에서 미세먼지를 촬영하며, 개발도상국 사람들이 낙후된 교통수단과 다국적 기업 공장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등으로 환경오염의 피해자가 되고 있는 현실을 카메라에 담았다”고 말했다.

양승민 기자 sm104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