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새로 태어나고 있다. 정부 주도의 탄소국경세와 더불어 기업 주도로 RE100, CF100 캠페인이 확대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우리 기업에게는 '녹색 무역장벽'으로 다가올 수 있다. 새 무역장벽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은 재생에너지를 확보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최근 기후위기에 대응해 확산되는 캠페인의 근간이다.
RE100은 사용되는 전기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캠페인이다. 국제 비영리기관인 클라이메이트 그룹(Climate Group)과 CDP위원회가 공동으로 2014년 시작한 민간 주도 운동이다.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확산되면서 현재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도 늘고 있다. 8월 기준 애플, BMW, GM, 삼성, 현대 등 417개 기업이 RE100을 선언했다. 국내 가입 기업도 34곳에 이른다.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과 수소 등을 포함한 발전원을 활용하자는 취지의 CF100 또한 활성화 되고 있다. CF100은 유엔(UN)과 글로벌 비영리단체 'SEforALL'이 구글과 협력해 확산을 주도한다. 5월 기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기업 117곳이 참여하고 있다. CF100에서는 실시간 전력조달, 지역 전력망을 통한 전력조달, 저탄소기술, 청정 전력원,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 고려 등 총 5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재생에너지를 근간으로 원전·수소 등 다른 무탄소 에너지원 활용을 도모해야 한다.
RE100과 CF100은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공통퇸 목표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보는 것과 달리 대립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 관계라고 봐야 한다.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둘 다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어 하나로 통일돼 운영되면 바람직하다. 그러나 RE100보다 범위가 큰 CF100으로의 통합은 현재 RE100의 확산속도로 볼 때 쉽지는 않다. RE100과 CF100의 유리한 고지에 있는 선진 글로벌 기업·국가들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틀에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새 무역장벽으로 활용할 것이다.
이미 RE100을 달성한 글로벌 회사들은 벌써 중소·중견기업인 협력사에 RE100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는 향후 RE100을 달성하는 기업으로 확대될 것이다. RE100과 CF100의 주도권은 글로벌 회사들이 갖고 있다. 우리는 두 캠페인 모두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RE100 협력업체인 우리 중소·중견기업의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대한민국의 최종 에너지 소비는 세계 10위 수준이다. 그 중 전력소비는 세계 7위로 더 높다. 반면, 지난해 세계 평균 재생에너지 비율이 31%인 것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8.29%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년 신재생에너지를 전체의 21.6%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설될 재생에너지 설비에 전력계통을 연결하는 것은 여의치 않을 것이다. 2033년까지 추진 중인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른 계통을 빠르게 구축해야 한다.
에너지 수입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 정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2021년 기준 92.8%다. 국가 총 수입액의 26%에 달한다. 이제는 운송에서 냉·난방까지 전기에너지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상근부회장 wbim@knrea.or.kr 임완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