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선, 원이 만드는 더 나은 삶'
디자인 축제 '디자인코리아 2023'이 1일부터 5일까지 닷새 간 일정을 시작했다. 올해는 디자인 기본 요소인 점과 선, 원이 만든 더 나은 우리 삶을 조망하고, 디자인의 진정한 가치를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디자인 축제로 자리 잡은 만큼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디자인 권위자도 대거 행사장을 찾아 인사이트를 제시한다. 우수 디자인 기업의 글로벌 진출과 기업 홍보, 투자 유치, 취업 지원까지 K-디자인 생태계 한 단계 진일보할 부대행사도 눈길을 끈다.
◇아시아 대표 디자인 축제 도약
올해 21주년을 맞은 디자인코리아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하는 디자인 축제다. 최신 글로벌 디자인 인사이트가 총집결하는 동시에 800여개 기업, 2000여개 혁신 디자인 상품이 전시되는 등 K-디자인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주는 행사로 자리잡았다.
올해 행사에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가 참석해 전시관을 돌며 다양한 혁신 디자인 상품을 살펴봤다. 김 여사는 축사를 통해 “예술과 디자인은 종교와 이념 초월해 인간의 꿈을 하나로 모으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며 “ 생각과 인식을 확장하고 복잡함을 단순화시키고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디자이너 역할은 점점 더 커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디자인 산업의 메가 트렌드를 조망했던 디자인코리아는 올해 세상을 비출 따뜻한 디자인 솔루션으로 관람객을 맞았다. 행사 주제인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디자인: 점, 선, 원'은 디자인을 이루는 3대 요소를 통해 우리 삶이 어떻게 개선되는지 소개한다. 점은 디지털 기술을, 선은 디자인의 진보, 원은 자연 순환을 각각 의미한다. 이들이 서로 끊임없이 연결되고 확장하면서 디자인을 통한 더 나은 세상 모습을 제시한다.
장영진 산업부 차관은 “디자인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기업과 국가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소프트파워 산업”이라며 “정부도 K-디자인의 세계화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삼성·LG 국가대표 기업 총출동
올해 행사는 △주제전시 △안전서비스 디자인 성과공유회 △국제 콘퍼런스 △비즈니스 매칭 기업관 △잡페어관 △부대행사·전시 등으로 구성됐다.
주제전시관에는 디지털 디자인을 선보이는 'Dot(점)존'과 사회 문제 해결 등 디자인 진일보를 제시하는 'Line(선)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디자이너 노력을 담은 'Circle(원)존'으로 구분해 혁신 디자인 상품·서비스가 전시됐다.
Dot존에는 신기술을 활용한 디자인 제품이 총집결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Z플립·폴드5를 내세웠다. 플립 사상 최대 크기의 커버 스크린과 플렉스 윈도 등으로 전작 대비 기술·디자인적 완성도를 높여 관람객 시선을 집중시켰다.
Line존에서는 LG전자가 유니버셜 업키트를 전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키트는 성별, 나이,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편리하게 가전을 사용할 수 있게 고안한 액세서리다. 로우리트콜렉티브가 Circle존에서 선보인 '태산벤치'도 참관객 발길을 잡았다. 이 의자는 플라스틱 병 뚜껑, 일회용 수저 등을 재료로 한국의 산악 지형과 전통 수묵화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해 호평받았다.
한 관람객은 “외형의 아름다움만 생각했던 디자인이 재활용이나 안전, 접근성 등 다양한 영역의 변화에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혁신 디자인 제품을 전시, 국내외 바이어간 맞춤형 비즈니스 기회 창출까지 지원하는 기업관도 관람객으로 가득 찼다.
KG모빌리티가 전시한 토레스 EVX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미래 지향적인 전동화 모델의 감성을 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리벨롭이 소개한 '오리지널 그린컵'은 식물성 소재를 원료로 한 컵이다. 포장 패키지에도 생분해 옥수수전분 봉투를 사용해 종이 패키지 대비 환경 친화적 요소를 강화했다.
◇인력양성·일자리 창출 기여
디자인코리아는 디자인 전문가 양성과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는 행사로도 발돋움했다. 전시 행사를 넘어 K-디자인 생태계를 조성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잡페어관에서는 국내외 취업 멘토링 및 세미나 행사가 열린다. 올해는 공간, 시각, 제품, UI·UX 등 7가지 분야로 나눠 LG생활건강, 네이버, 삼성카드 등 국내 대표기업 디자인 전문가 14명이 멘토로 참여했다. 특히 미국, 유럽, 아시아 지역 디자인 전문가 15명도 멘토로 참가, 글로벌 감각을 익힐 기회도 제공한다.
이들은 온·오프라인에서 3일과 4일 양일간 약 130명의 멘티를 대상으로 멘토링을 제공한다. 대상은 국내 디자이너뿐 아니라 취업 준비생 등 다양하다. 국내외 주요 기업에서 활약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의 경험과 지식, 노하우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4일에는 이석우 SWNA 대표, 조무진 삼성전자 프로, 이정훈 BMX 디자이너 등이 국내 기업 디자인 기업 취업을 위한 커리어 설계 등을 설명한다.
다양한 시상식도 함께 열렸다. 개막일에는 디자인산업 경쟁력 제고와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 기관과 개인을 포상하는 대한민국디자인대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올해는 김현 디파크브랜딩 고문이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김 고문은 서울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로 국가 브랜드 향상에 기여하고 디자인 파크를 설립해 우리나라 디자인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김진수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부센터장, 정병규 정병규디자인 대표는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차세대 디자인 인재 발굴과 글로벌 디자이너 육성을 위한 '대한민국디자인전람회 시상식'도 이어진다. 부모와 아이가 마주 보는 형태의 모듈형 베이비 시트, 한국적인 화풍을 재해석해 우리나라 고유한 별자리를 담아낸 그래픽 디자인, 청각장애인 음악적 욕구를 충족하는 모듈형 악기와 서비스 디자인 등 더 나은 삶을 지향하는 혁신 디자인이 수상작에 올랐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