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8000만원 이상 고가 법인 업무용 승용차에는 연두색의 전용 번호판이 부착된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슈퍼카를 법인 업무용으로 구입해 사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많아진데 따른 조치다.
국토교통부는 새로운 자동차 등록번호판 도입을 위해 '자동차 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3일부터 23일까지 행정예고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적용대상은 차량가액 8000만원 이상 업무용 승용자동차다. 공공이나 민간 모두 해당된다. 고가의 전기차 등을 감안해 배기량이 아닌 가격 기준을 도입했다. 금융감독원이 자동차보험 할증체계를 개선하며 고가 차량 기준으로 8000만원을 정한 바 있다. 연두색 번호판은 내년 1월부터 법인이 신규 구매하는 차량에만 적용된다. 8000만원 이상의 법인차는 약 17만~20만대 가량이며, 매년 2만~3만대가 법인차로 판매된다. 적용색상은 탈·변색이 취약한 색상이나 현재 사용 중인 색상을 제외하고 시인성이 높은 연녹색 번호판을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 해 12월 기준 롤스로이스·페라리·람보르기니 등 국내에서 판매되는 슈퍼카 80% 가량이 법인차로 파악됐다. 이들의 상당수가 업무용이 아닌 사실상 개인용으로 운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 당시 공약으로 색상 번호판 도입을 제시했다.
지난 해 한국교통안전공단이 18세 이상 69세 이상 1000명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83.9%가 법인 색깔 번호판 도입을 찬성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는 기업활동의 제약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인차 중에서 고가의 차량에만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법인 번호판이라고 해서 세금이 추가되거나 다른 규제를 더 적용받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부모가 법인용으로 구매해 자녀가 사용하는 등 각종 탈세 행위에는 자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국토교통부는 그간 전용번호판 도입을 위해 연구용역과 대국민 공청회 등을 진행하며 의견수렴을 했다. 논의 과정에서 사적사용 및 탈세문제가 제기되는 민간 법인소유, 리스차량뿐만 아니라, 장기렌트(1년 이상), 관용차도 동일하게 사적사용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있어 포함하기로 했다. 관용차 중 수사나 경호, 보안 목적의 차는 제외한다.
전형필 국토부 모빌리티자동차국장은 “출발은 슈퍼카 사용을 사적으로 하는게 문제였기 때문에 통상적인 고가차로 통용되는 8000만원으로 기준을 정했다”면서 “번호판 색깔 차별화는 일종의 자율규제긴 하지만, 사회적 책임을 더 가져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문보경 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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