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무 복귀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성장률 3%'를 강조했다. 민주당은 예산 정국과 내년 총선에서 '경제'를 바탕으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찾아온 정국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계산이다.
이 대표는 2일 국회 본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능한 정당, 효능감 있는 정치를 실천하겠다”며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성장률 3% 달성을 확실히 추진하겠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정부의 전향적 태도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회복 치료를 마치고 당무에 복귀한 이 대표는 약 10일 만에 공개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실상 당무 복귀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셈이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은 당 지도부를 비롯해 민주연구원과 정책위, 원내대표단,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민주당 간사 등이 협의해 마련했다.
이 대표는 경제성장률 3% 복원을 언급하며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기조 변화를 촉구했다. 특히 이 대표는 RE100 특구 지정, 지능형 송배전망 등 미래형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연구개발(R&D) 예산 복구, 벤처·창업기업 육성 등을 위한 예산 확보 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R&D는 저성장을 막고 생산성을 높이는 핵심적 방안이다. 그런데 정부는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3일 만에 R&D 예산을 일률적으로 삭감해버렸다”고 비판했다.
또 “인공지능 로봇을 뛰어넘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먼저 만들어가야 한다. 6세대 이동통신, 인공위성과 우주기술에 대한 국가 차원의 투자로 성장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며 “창업·세컨더리·스케일업에 더 투자해 벤처·스타트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경제 부양을 위한 정부의 재정 확대와 민생 회복 정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역화폐 예산 복원 △투자세액공제 △1년 한시 임시소비세액공제 신설 △민관 협력 금리인하 프로그램 △청년 3만원 교통 패스 도입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전세 대출 이자 부담 완화 △월세 공제 확대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 대표는 “윤 정부는 호황이든 불황이든 오로지 건전재정에만 매달린다. 가계·기업이 휘청이면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 관련한 정부·여당과의 주도권 다툼에서 경제와 민생 등으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경제를 앞세운 정치적 구도를 내년까지 끌고 가는 등 총선을 이른바 '경제 심판 선거'로 치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국회는 예산 삭감 권한만 있는 탓에 R&D 예산 복원 등 증액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여당과의 협상이 필수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에는 정부·여당이 예산안 원안 통과와 준예산 등을 언급하며 야당을 압박한 탓에 협상이 늦어져 12월 말에서야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 대표는 “정부의 예산안이 매우 부적절하다. 어떤 부분은 매우 부족하지만 특정 부분은 과잉”이라며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 등 예산안을 철저하고 꼼꼼하게 국민의 시각에서 살펴보겠다. 경제 회복과 민생 예산 지원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예산을 심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정상황이 어려운 만큼 낭비성·불요불급 예산은 철저하게 삭감·조정하고 정부·여당과의 협의를 통해 꼭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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