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어려운 경제 여건에도 적극 신규 연구개발(R&D)을 추진하는 가운데, 탄소중립·ESG경영 준비와 연구인력 확보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회장 구자균)는 기업 경영 환경 변화에 따른 R&D 활동 동향을 파악하고, 산업현장 정책 수요와 애로사항을 분석하기 위해 '2023년 기업 R&D 동향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기업부설연구소를 보유한 기업 700개사(제조업 350개사·서비스업 350개사)를 대상으로, 지난 6~7월 대면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 응답 기업 68.2%가 올해 '신규 추진하는 R&D 과제가 있다'고 답했으며, '경기 변화(44.4%)'와 '디지털 전환(27%)' 등 환경 변화에 따라 신규 R&D를 추진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서비스업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39.2%)'을 신규 R&D를 추진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는데, 이는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한 관련 서비스 증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의 디지털 전환 정도'에 대한 질문에는 업종별 차이가 두드러졌는데, 제조 기업의 절반가량(49.1%)이 아직 '시작 단계'에 머물러있다고 응답한 데 반해 서비스 기업 81%가량은 이미 '주요 사업 영역에 도입 중'이거나 '도입을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전환 주요 기술로는 절반에 달하는 기업들이 최근 주목받는 '챗GPT' 등 AI·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거나 활용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반면 탄소중립·ESG 경영 도입에 관해서는 기업 대부분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조업 기업 62%, 서비스업 기업 56.2%가 아직 탄소중립·ESG 경영 도입 '시작단계'에 있다고 답했으며, 제조업 26.4%, 서비스업 30% 기업들은 아직 '탄소중립·ESG 경영에 대해 잘 모른다'고 응답했다.
한편, R&D 인력 운용에 관한 질문에서는 응답 기업의 32.1%가 지난해에 비해 올해 R&D 인력 운용이 '어려워졌다'고 답했으며, 비수도권 소재 기업(37.9%)이 수도권 소재 기업(29.0%)에 비해 더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R&D 연구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전체 연구개발비 중 타 기업 및 연구기관과 공동협력 개발에 투자하는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부족한 R&D 인력 여건을 타개하고자 공동협력 R&D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서곤 산기협 상임부회장은 “장기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기업이 R&D에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적재적소의 정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특히 우리 기업이 탄소중립·ESG 등 이슈에 대응함에 있어,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변화의 동력으로 R&D가 중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시의적절한 마중물 역할이 요구됨과 동시에, 지역 간 R&D 활동의 격차를 줄이고 기업 간 협력을 지원할 수 있는 적극적인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