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AI로 그린수소 생산 촉매 '챔피언' 찾았다

연구진이 개발한 AI 기반 촉매 성능 예측 시스템의 모식도
연구진이 개발한 AI 기반 촉매 성능 예측 시스템의 모식도

현존하는 그린수소 생산 촉매 중 성능이 가장 좋은 촉매가 새롭게 등장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 나노입자 연구단의 현택환 단장(서울대 석좌교수)과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의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단장 대행(UNIST 특훈교수) 연구팀이 이룬 성과다.

이들은 촉매 성능을 예측하는 인공지능(AI)을 개발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그린수소·생산 성능을 갖춘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 촉매를 발견했다.

수소는 효율적이면서 안전한 재생에너지다. 생산 방법에 따라 석유화학 공정의 부산물을 활용하는 '부생수소', 천연가스(LNG·메탄가스)를 분해하는 '개질수소', 물을 분해하는 '수전해 수소' 등으로 나뉜다.

이 중 수전해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얻은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로, 온실가스 배출도 없어 진정한 친환경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수전해 기술 상용화를 위한 많은 연구가 이뤄졌지만, 산소 발생 반응이 문제였다. 전기로 물을 분해하면 수소와 산소가 발생하는 두 반응이 동시에 일어난다.

이중 산소 발생 반응의 속도가 느려 전체 수소 생산 속도에 걸림돌이 됐다. 산소 발생 반응 속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리듐, 루테늄 등 귀금속 촉매를 사용한 연구도 있지만, 이 경우엔 값비싼 귀금속 촉매로 인해 경제성이 없었다.

귀금속계 촉매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 촉매가 등장했다. 페로브스카이트 촉매는 전기화학적 특성이 우수하고, 다양한 원소를 조합해 만들 수 있어 촉매 반응에 필요한 특성을 개선해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조합 가능성이 많은 만큼 최적의 성능을 내는 조합을 골라내기가 어려웠다. 지금까지 개발된 페로브스카이트 촉매는 귀금속 촉매에 비해 산소 발생 효율이 낮았다.

IBS 연구진은 AI 기반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 촉매 성능 예측 시스템을 고안해 최적 조합을 찾아냈다. 우선 연구진은 기존 연구를 참고해 40개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 촉매를 합성하고, 실험적으로 성능을 측정해 데이터세트를 구축했다.

이후 비교적 작은 규모 데이터세트로도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능동 학습 기반 AI에게 구축한 데이터세트를 학습시켰다. 학습을 마친 뒤 AI로 1만 가지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 촉매 후보의 성능을 예측했다.

가장 성능이 우수할 것으로 예측된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 촉매(CPCF)는 칼슘, 프라세오디뮴, 코발트, 철 등 값이 비교적 저렴한 비귀금속으로 구성됐다.

기존 가장 높은 그린수소 생산 성능을 보고한 이리듐 촉매 대비 가격이 10배가량 저렴하면서도 성능도 초기 6시간까지는 우수했다. 촉매의 성능을 나타내는 기준인 과전위는 391밀리볼트(㎷)로 AI 예측 값인 396㎷와 비교해 단 1% 오차만을 보였다.

제1 저자인 문준석 연구원은 “페로브스카이트 촉매 개발에 AI를 접목한 기존 연구는 AI가 예측한 성능과 실제 성능이 상이하다는 문제가 있었다”며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정확한 지도 학습 기반 AI를 이용했기 때문인데, 우리는 능동 학습 기반 AI를 구축한 덕분에 수십 개 물질 규모의 작은 데이터세트만으로 정확한 예측 도구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진은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 과학자들이 발견한 촉매의 구조와 성능 간의 다양한 상관관계 또한 AI가 예측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일례로, 혼합된 금속 원소의 종류가 많고 조성이 복잡할수록 촉매 성능이 개선된다는 '엔트로피와 성능의 정비례 관계' 등 구조-성능 상관관계를 정확하게 예측했다.

현택환 단장은 “그린수소 생산의 걸림돌이었던 느린 산소 발생 반응 문제를 해결하고, AI를 활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그린수소 생산 촉매를 발견했다”며 “촉매뿐만 아니라 배터리, 연료전지 등 소재 전 분야에서 최대 성능을 가지는 챔피언 물질을 발견하는 데 범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3일 세계 최고 학술지인 '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 IF 41.2)' 온라인판에 실렸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