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AI로 홍수예보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

김현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부원장
김현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부원장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성 집중호우가 지구촌 곳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해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2021년 7월 독일 쾰른에 24시간 동안 최대 154㎜ 비가 내렸는데, 이는 7월 평년 강수량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기록적 폭우였다. 이로 인해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등지에서 16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보도됐다.

아시아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2020년 7월 일본 서부 지역에 발생한 홍수로 80명 이상이 사망하는 피해를 입었고 지난 해 6월 중국 중남부 지역에 집중호우가 쏟아져 200여만명 이재민이 발생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해 8월 서울 신대방동에서는 관측 이래 최대인 1시간 동안 141.5㎜, 이틀간 500㎜ 이상 폭우로 저지대가 침수돼 극심한 피해가 발생하였다. 이처럼 홍수피해는 불투수면이 많은 도시지역에서 대규모 인명 및 재산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집중 호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대심도 터널, 하수관로 개량 등의 구조물적 대응을 추진하고 있으나 사업기간이 길고 사업비가 많이 소요되는 등 한계가 있어 홍수예보 등 비구조물적 대응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챗GPT와 같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는 데 수자원 분야에서도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홍수예보를 위해 AI 기술 도입을 신속히 추진할 만 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환경부 홍수통제소의 예보관이 강우량, 댐 방류량 등 관측된 자료를 기본 입력 자료로 하는 물리적 기반의 수문모형과 하천수리모형을 운영, 주요 지점의 수위와 유량을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3월 시행될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 대책법(도시침수방지법)'에 따라 환경부는 내년 5월 전까지 홍수특보지점을 현재 국가하천 중심의 75개에서 지류와 지천을 포함한 223개로 대폭 확대함은 물론 홍수예보에 AI를 활용하기로 했다.

홍수예보에 AI를 도입하게 된다면 분석에 필요한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는 예보관이 이용하는 홍수예보모형으로 1회 분석에 10분 가량이 소요돼 예보관 1명이 최대 3~4개 지점에 대해 예보할 수 있다. 그러나 수많은 자료를 학습·분석해 만든 AI 모형을 사용하면 1회 분석을 수초 이내로 마칠 수 있게 돼 더욱 많은 지점에 대한 사전검토가 가능해진다.

다행스럽게 지난 9월 도시침수방지법이 제정돼 환경부가 도시침수예보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최근 도시화 및 집중호우로 내수의 배제 용량 부족으로 도시침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심도터널 등 구조적 대책 이외에 AI를 활용한 도시침수예보는 침수 발생 시 큰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AI 홍수예보와 도시침수예보가 국내에 정착되려면 탄탄한 기반 구축이 필요하다. AI는 분명 사람보다 빠른 예측 결과를 제공하지만 이에 대한 신뢰성 검증이나 홍수특보 발령 업무는 아직까지 사람을 대체할 방법이 없다. 또한, 세계적으로 두 예보 체계 모두 아직 실용화 사례가 많지 않다. 정부는 전문 인력을 확충하고 관련된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 우리나라가 AI 홍수예보와 도시침수예보 분야의 선도국가가 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도시침수방지법에 따라 환경부에 신설될 홍수예보 전담조직 '도시침수예보센터' 등의 역할을 기대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극한강우가 증가하고, 예측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는 구조물적, 비구조물적 대책 등 가능한 수단을 최대한 도입해 침수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수해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연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큰 책무이다.

김현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