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국내 인터넷뱅크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탄생했다. 2021년에는 토스뱅크가 출범했다. 이들은 금융의 혁신 성장 및 소비자 편익 증대라는 원대한 포부 아래 닻을 올렸다.
금융소비자가 인터넷뱅크에 기대했던 것은 '메기 효과'다. 메기 효과는 북유럽에서 잡은 신선한 청어가 남유럽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죽거나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메기를 함께 넣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메기가 존재함으로써 청어는 부지런히 움직여 신선함을 유지한다.
2023년 6월말 기준, 인터넷뱅크 3사의 총 수신규모는 83조원, 여신 규모는 56조를 넘었다. 설립 20개월만에 흑자를 기록한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만 1838억원이고 케이뱅크는 251억원을 기록했다. 후발주자인 토스뱅크도 설립 22개월만인 올해 7월에 흑자로 전환됐다. 이들 3사의 가입자수는 3800만명에 달하고, 월간 순방문자수(MAU)는 3000만명을 넘어섰다. 2000년 전후 등장한 미국, 일본의 선진 사례에 비하면 빠른 성장이다.
일례로 4000만 회원을 가진 일본 전자상거래 대기업, 라쿠텐의 자회사인 라쿠텐뱅크를 살펴보자. 이 회사의 2023년 3월기 결산 기준 연간 순이익은 2420억원, 수신과 여신잔액은 각각 79조원과 32조원이며, 1370만 계좌 수를 보유하고 있다. 23년간의 업력을 가진 라쿠텐뱅크에 비교하면 설립 7년차에 불과한 국내 인터넷뱅크의 실적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인터넷뱅크 등장으로 금융권에도 긍정적 변화를 가져왔다. 긴장한 시중은행은 금융 기술을 서둘러 접목하고 사용자 경험에 집중했으며 플랫폼에 눈을 떴다. 더욱 분발이 필요하지만, 수수료와 금리를 낮추는 등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또한 조직문화 개선 등 디지털 토양을 이식하고자 애쓰는 모습이다.
이 뿐만 아니다. 인터넷뱅크는 모임통장, 기록통장, 이자를 선지급하는 정기예금, 지금이자받기 등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였다. 은행 문턱이 높고 금융이 어렵다는 소비자에게도 쉬움과 재미요소를 제공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터넷뱅크가 메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다만, 메기효과에는 중요한 단서가 있다. 경쟁과 도전이 조화롭게 작용해 모두에게 성장의 기회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금융의 전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에코생태계에 대한 인터넷뱅크의 기여다. 이들의 디지털 기술과 플랫폼 경쟁력, 모바일 금융의 축적된 노하우를 귀감삼아 많은 핀테크가 탄생하고, 협업과 상생을 통해 건전한 경쟁구도를 만드는 것이 에코생태계다.
이처럼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 등 카카오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이 불거지고 있다. 이로 인해 자회사인 카카오뱅크에도 지배구조 등 논란이 커지는 양상이다.
금융업을 영위하는 주주나 이해관계자의 도덕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혹자는 가혹하다고 평하지만 여타 산업과 달리 금융사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영역이다.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사회 안전망으로서 경제를 이끌어가는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회사의 이슈로 인해 인터넷뱅크의 메기 역할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 소비자 편익과 금융 경쟁력 향상을 위한 혁신 요소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금융의 신뢰가 떨어지지 않도록 면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정책당국 등 이해관계자도 인터넷뱅크의 역할과 기여가 국가경제의 발전이란 관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이뤄지길 바란다.
송민택 공학박사 pascal@apthef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