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CLS)가 오는 15일부터 경유 택배용 영업 차량(택배차) 신청을 받지 않는다. 정부 친환경 정책에 따라 내년부터 경유 택배차 신규 허가가 중단되는 데 따른 선제적 조치다.
6일 업계에 따르면 CLS는 최근 경유차에 대한 '배'번호판 신규 신청을 오는 14일 마감한다고 공지했다. 업계에서 경유차 배번호판 신청을 제한한 것은 CLS가 처음이다. LPG·전기 화물차는 신규 신청에 제한이 없다. 앞으로 CLS에서 택배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LPG 또는 전기 화물차만 등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배번호판은 택배용 소형 화물차(1.5톤 미만)에 부착하는 영업용 번호판이다. 소형 화물차와 화물 운송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이 택배회사와 용역 계약을 맺은 경우에만 신청할 수 있다. 택배회사에서 서류를 취합해 지방자치단체 허가를 신청하는 구조다.
지난 2019년 의결된 대기환경개선 특별법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경유차에 대한 배번호판 신규 허가가 중단된다. 대·폐차도 제한된다. 기존에 운영 중인 경유 택배차를 사고나 노후로 인해 교체할 경우에도 경유차로 교체가 불가능하다.
CLS는 배번호판 신규 신청 후 본 허가까지 약 6주간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내주 신청을 마감한다는 입장이다. 오는 12월 31일까지 본허가 절차를 완료하지 못 할 경우 신청이 취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통합물류협회는 현재 국토교통부, 환경부와 신청 마감 기간을 논의하고 있다. 내년도 신규 허가를 중단하되 연내 신청자에 한해서는 예외적으로 허가를 용인해 달라는 입장이다. CLS를 제외한 다른 택배사도 마감 기간이 합의되는 대로 경유차 신규 등록을 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친환경 전환 속도는 점차 가속화될 전망이다. 쿠팡의 경우 수도권, 충청, 부산, 제주 지역에 전기화물차 통합 배송센터를 구축했다. 전기화물차 이동 동선과 충전 인프라 등을 고려해 최적화된 운영 시스템을 탑재했다. 향후 전국 단위로 구축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걱정 어린 시선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영업 중인 1톤 택배차는 약 5만여 대다. 매년 1만여 대에 달하는 신규 택배차 수요가 국내 전기 화물차 생산 속도를 앞선다는 입장이다. 택배차 운행 시간이 하루 10시간 안팎임을 고려했을 때 1회 충전으로 운행이 가능하겠냐는 시각도 있다.
경유 택배차 제한은 지난 4월 3일 시행 예정이었으나 업계 반발로 한 차례 연기된 상황이다. 국회에 시행 유예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으나 연내 통과 가능성은 낮다. 환경부 관계자는 “법안 시행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만큼 추가 유예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
민경하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