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4700에 바이크도 지원하는 정규직 라이더 회사 '딜리버리N' 만성 '구인난'

연봉 최대 4700만원에 바이크와 인센티브도 추가 지원하는 정규직 라이더 회사 '딜리버리N'이 만성 구인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출범한지 일년이 넘었지만 모집 목표의 30% 수준의 인력을 확보해 겨우 명맥을 잇고 있다.

딜리버리N 전경. [자료:우아한청년들]
딜리버리N 전경. [자료:우아한청년들]

6일 배달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라이더의 안정적인 업무환경과 소득향상 요구조건을 들어주기 위해 배달의민족 물류서비스를 전담하는 우아한청년들이 만든 정규직 회사 딜리버리N이 라이더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외면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출범해 1년이 넘었지만 현재 채용목표 100여명에서 30여명만 채워진 상황이다.

우아한청년들은 고용안정성에 대한 배달종사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정규직 라이더를 채용·운용하는 회사 딜리버리N을 출범했다. 회사는 주5일 근무에 연봉 최대 4644만원, 인센티브 제공, 4대 보험, 전기이륜차 무상지급, 유류비 지원 등 라이더들이 요구해온 안정적인 근로조건과 원활한 배달수행을 위한 혜택이 보장되는 조건을 제시했다. 간단한 지원서만 이메일로 제출하면 상시 응모할 수 있어 지원장벽도 높지 않다.

딜리버리N이 제시한 연봉 약 4644만원(월 387만원, 주 평균 77~82만원)은 라이더가 특수고용직으로 일하며 받는 것보다 훨씬 상회하는 조건이다. 산업연구원에서 최근 발표한 '플랫폼 노동 확대에 대응한 산업인력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라이더는 평균 주 6일 동안 57시간을 일하고 있었고 월 256만원(경비 약 100만원 제외)을 벌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정규직이 외면되는 상황에 대해 업계에서는 라이더가 필요에 따라 단기로 계약을 맺고 일하며 자율성을 보장받고 싶은 '긱워커' 성향을 보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플랫폼 일자리를 선택한 이유 중 '근로 시간·날짜 선택이 가능해서'(18.0%), '자율성·권한을 가질 수 있어서'(6.9%)가 수익에 이어 2등, 3등으로 나타났다. 플랫폼 종사자들은 근로 자율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딜리버리N에 입사한 인원은 90여명이었으나 그 중 60여명이 '정시출근' 등이 힘들어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라이더 커뮤니티에는 정규직 라이더 회사에 대해 '비수기 때 들어가서 성수기 때 나오는 곳'이라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문제는 배달플랫폼 종사자들이 정규직은 외면하면서 매년 시위와 집회를 열어 배달플랫폼이 라이더와 묵묵부답으로 소통하지 않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해주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자유로운 '자영업자' 신분으로 원할 때 원하는 만큼 수행하는 환경을 유지하면서, 정규직 근로자의 안정적인 소득도 누리고자 하는 '체리피킹' 형태를 취하겠다는 모습이다.

배달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라이더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배달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전속성 없이 제공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자유도 높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틀에 맞는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규직 라이더-특수고용직 라이더 비교 - 출처: 우아한청년들, 산업연구원-플랫폼 노동 확대에 대응한 산업인력정책 과제(2023년)
정규직 라이더-특수고용직 라이더 비교 - 출처: 우아한청년들, 산업연구원-플랫폼 노동 확대에 대응한 산업인력정책 과제(2023년)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