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전진이다.” 달 탐사를 마치고 지구로 돌아온 닐 암스트롱의 명언이다.
지난 9월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결정도 로톡에게는 작은 한 걸음일 수 있지만 리걸테크에게는 위대한 전진이다.
리걸테크 개화기가 태동하고 있다. 전문직역 눈치를 보던 리걸테크가 본격적으로 기술 기반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하면서다. 특히 인공지능(AI) 관련 서비스가 활성화 중이다. 로앤컴퍼니는 내년 상반기 변호사 업무를 지원하는 AI 비서 '슈퍼로이어'를 출시할 예정이다. AI가 법률 메모를 생성하고 서면을 요약하며 질의응답까지 할 것으로 보인다. 로앤굿은 변호사향 로앤봇을 출시했다. AI에게 개인정보 관련 자연어 질의가 가능하다. 인텔리콘은 AI가 학교폭력에 대한 법률상담을 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혁신 산업에 유리천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리천장이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을 뜻한다. 충분한 능력과 자질을 갖추었음에도 조직 내 관행으로 인해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을 표현하는 용어다. 특히 전문직역과 관련된 혁신 서비스에 유리천장은 두텁다. 변협이 변호사 광고규정을 언제든 개정할 수 있는 전권을 쥐고 있어서다.
이소영 의원은 변호사 광고 금지 유형을 법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변호사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를 통해 현행 변호사 광고 규정을 폐지하기는 어렵다. 학계에서는 현행 변호사 광고 규정이 지나치게 광고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그럼에도 관심을 받고 있지 못하다며 아쉬워한다. 다양한 관점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어려운 이유는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할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다.
유리천장 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 정부는 성차별 문제를 해소하고 여성의 사회 진출을 독려하기 위해 90년대 초반 유리천장위원회를 만든 바 있다. 리걸테크를 비롯한 혁신 산업계에도 이같은 구심점이 절실하다. 업계와 학계, 전문직역 단체 등이 모두 규제를 합리적이고 시의적절하게 개선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로톡과 전문직역 간 갈등을 취재하며 스타트업의 연구개발(R&D) 열기가 식어감을 느낄 수 있었다. 법률과 기술을 조합한 '리걸테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새로운 기술 기반 서비스는 뒷전으로 밀렸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기존 서비스를 닫는 것은 물론, 새로운 서비스 출시에 대한 주목도 부담이었다.
법무부의 판단을 필두로 혁신 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리걸테크 성장 구심점과 함께 기업, 구성원, 우리 사회가 모두 뜨거운 전진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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