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의 누적 회사채가 80조원을 넘어섰다. 전기요금 대폭 인상 등 특단의 수익성 개선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년에는 사채발행도 못할 위기에 처했다. 이런 가운데 한전은 수백명 규모의 추가 인원 감축, 자회사 지분 매각과 함께 일부 처·본부 및 해외지사 폐지 등을 담은 강도 높은 자구안을 추진하고 있다.
7일 한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한전의 회사채 잔액은 누적으로 81조9311억원을 기록했다. 한전은 올해 약 15조5000억원 수준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한전은 지난해 37조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대규모 적자를 빚으로 충당한 바 있다. 올해에도 반짝 흑자를 기록한 7·8월 여름철을 제외하고는 지속 회사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내년에는 아예 회사채를 발행하지 못한다. 한전의 올해 회사채 발행한도는 104조6000억원이다. 한국전력공사법 16조에 따르면 한전은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올해 기준 20조9200억원)의 5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채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 장관 승인이 있으면 사채발행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의 6배까지 확대할 수 있는데 이를 가정하면 125조92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전의 올해 손실을 반영하면 내년 사채 발행한도역시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올해 한전의 연간 순손실이 7조8000억원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내년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친 금액은 13조1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최대 사채발행한도는 78조6000억원으로 쪼그라든다. 현 상태에서 이익을 보지 않으면 사채를 아예 발행하지 못하고 차입금 등으로 재무를 유지해야 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여당과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을 두고 협의 중이다. 정부는 산업용 요금 인상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산업용 전기 판매량은 전체의 54%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여론 악화는 피하면서 전기요금으로 재무상황을 개선한다는 취지다.
한전은 대규모 조직개편과 함께 추가 자구안도 준비하고 있다. 우선 대규모 인력감축이 예상된다. 수백명 규모로 희망퇴직을 단행한다. 한전KDN 등의 지분매각, 대규모 광역사업소 통합을 시행한다. 일부 본부와 처, 특수사업소, 해외지사를 폐지하는 등 대대적 조직개편도 공개할 계획이다.
한전 사정에 밝은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희망퇴직을 하면 퇴직금만 해도 수천억원 규모로 지출될 것”이라면서 “한전 내부 조직의 분위기도 많이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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