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극자외선(EUV) 공정 핵심 원료가 국내에서 대량 생산된다. 일본이 수출규제했던 EUV 포토레지스트(PR)의 용제가 양산·공급되는 것이다. 국내 반도체 산업에 공급망 강화 효과가 기대된다.
켐트로닉스는 170억원을 투자해 현재 연 1만톤(t) 수준인 '초고순도 프로필렌 글리콜 메틸 에테르 아세트산(PGMEA)' 생산능력을 2025년 2만5000t으로 확대한다고 7일 밝혔다.
켐트로닉스는 지난해 PGMEA를 개발하고 200억원을 투자, 초기 설비를 구축한 바 있다. 회사는 이번에 추가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2.5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대량 공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PGMEA는 반도체 노광 공정에 활용되는 PR의 70~80%를 차지하는 핵심 원료다. 특히 켐트로닉스가 개발한 PGMEA는 99.999%(5N)의 초고순도를 구현한 것으로, EUV PR을 만드는 데 쓰인다.
EUV는 가장 최신의 반도체 노광 기술로, 10나노(㎚) 이하 초미세 회로를 구현하는데 필수다. PR은 빛으로 웨이퍼에 회로 모양을 새길 때 활용되는 소재다.
EUV PR은 그동안 JSR·신에츠·TOK 등 일본 기업이 주도했다. 2019년 일본 정부가 한국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주기 위한 수출규제를 단행했을 때 EUV PR를 포함시킨 이유다.
초고순도 PGMEA는 EUV PR 제조에 반드시 필요하다. 켐트로닉스가 대량 생산에 나서면서 EUV PR 국산화와 공급망 안정화가 기대된다.
켐트로닉스는 최종 고객사에 반도체용 PR를 납품하는 업체들에 샘플을 공급하면서 품질테스트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내 최종 고객사 승인이 완료되면 내년 상반기 납품을 개시할 계획이다.
켐트로닉스가 개발한 제품은 인체 유해 물질인 베타이성질체 농도를 1~2ppm 수준으로 낮춰 친환경 요소도 강화했다. 현재 유통되는 PGMEA는 베타이성질체 함량이 100~300ppm 정도다. 켐트로닉스는 고객사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김응수 켐트로닉스 대표는 “초고순도·친환경 PGMEA에 대한 본격적인 양산 준비를 마쳤다”면서 “안정적 품질 확보로 공급 안정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