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삼성 가우스'를 공개하면서 핵심 사업군인 반도체와 AI, 디바이스로 이어지는 전사 차원의 유기적 시너지가 기대된다. 자체 AI 엔진 확보로 업무 관련 데이터 보안을 강화하는 것과 더불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반도체 경쟁력 강화와 차별화된 AI 칩셋의 디바이스 탑재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우선 사내 업무 혁신에 삼성 가우스를 활용하고, 나아가 갤럭시 등 스마트폰, TV 등 가전 제품에도 해당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삼성 가우스 3가지 모델 가운데 언어 모델은 클라우드 버전과 온디바이스 버전 등으로 다양하게 이뤄져 있다. 메일 작성, 문서 요약, 번역 업무 등을 더 빠르게 처리하고, 기기를 스마트하게 제어하도록 도와준다. 이미지 모델은 창의적인 이미지를 만들거나 기존 이미지 수정을 지원한다. 저해상도 이미지의 고해상도 전환도 쉽게 할 수 있다.
이들 모델은 갤럭시, 비스포크 등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가전 제품 라인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온디바이스 AI 기술이 탑재된 제품을 사용하면 소비자들은 개인정보 전송 없이 △기기 제어 △문장 요약 △문법 교정 등을 더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코드 모델인 AI 코딩 어시스턴트 '코드아이(code.i)'는 사내 소프트웨어(SW) 개발용으로 제작됐다.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코드 설명이나 테스트 케이스 생성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개발자들이 빠르게 코딩할 수 있게 한다.
삼성 가우스는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디바이스 영역을 이어주는 가교로, 양쪽 모두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최근 AI 분야는 반도체 사업의 유망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 대표는 전날 삼성 AI 포럼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HBM 칩을 포함한 AI 컴퓨팅 시스템의 핵심 부품을 통해 AI 생태계를 강화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폰, 가전 시장에서는 AI가 필수 기능이 된 지 오래다. 관련 업체는 보다 스마트하고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AI 성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 전시회 IFA 2023을 통해 내년부터 모든 가전제품에 AI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삼성 가우스 개발은 국내 대기업의 AI 전략이 외부 엔진 차용보다는 자체 엔진 확보로 방향을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생성형 AI가 사회적 관심을 받으면서 외부 서비스 이용과 자체 AI 개발을 두고 주판알을 튕귄 결과 다수 기업이 자체 AI 엔진 개발이 유·무형적으로 더 이득이라는 판단을 하는 셈이다.
국내에서 AI를 독자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곳은 LG,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SK텔레콤, KT 등이다. 플랫폼 업계는 대화형·검색 AI 서비스 부문에서, 통신사는 맞춤형 상담과 요금·상품 추천 등에서 관련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LG는 AI연구원을 통해 화학·바이오 등 전문 분야에 특화된 '엑사원'을 개발, 계열사 업무에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각기 성격은 다르지만 자체 엔진을 통해 AI 플랫폼 경쟁에서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려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역시 업무 혁신과 디바이스 개선에 더해 사업 데이터 보안 강화 측면에서 독자 AI를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 삼성전자는 사내 PC를 통한 챗GPT 등 생성형 AI 이용을 일부 제한했다. 사내메일 업로드, 소스코드 전체 입력 등 오남용 사례가 발견되면서 내부 보안 정책을 강화한 것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대체 가능한 자체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공지했고, 그 결과가 이번에 나온 삼성 가우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 가우스는 사내 업무 혁신을 위한 것으로 연내 활용이 목표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대화형·검색 생성형 AI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계적으로 스마트폰과 같은 디바이스에도 적용될 예정인 만큼 고객은 제품에 탑재된 기능으로 삼성 가우스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