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3분기 고공 성장을 이어갔다. 사상 첫 8조원대 분기 매출과 5개 분기 연속 흑자에 성공하며 성장·수익성을 모두 잡았다. 로켓배송 등 커머스 사업 성장과 '쿠팡 생태계' 확장 효과가 결실을 보며 사상 첫 연간 흑자 전환에 다가섰다. 대만 시장 공략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중소기업 판로 확대에도 앞장서겠다는 포부다.
8일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쿠팡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8% 늘어난 8조1028억원(분기 평균환율 1310.39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46억원(약 8748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이후 5개 분기 연속 흑자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다년간 독보적인 투자와 고객 경험, 운영 탁월성에 집중한 결과 견고한 성장세와 수익성 확대를 지속적으로 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상품군·고객 증가가 성장으로 이어지는 '플라이휠 가속화' △쿠팡이츠 혜택 등으로 고객 참여가 높아진 와우 멤버십 △대만 로켓배송 순항 등을 실적 비결로 꼽았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활성 고객(분기 내 한 번 이상 제품을 구매한 고객) 수 증가다. 3분기 쿠팡 고객 수는 2042만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14% 늘었다. 지난해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성장세다. 같은 기간 활성 고객 1인당 매출은 303달러(39만7040원)로 7% 증가했다.
핵심 사업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마켓플레이스·로켓그로스)가 실적을 견인했다. 프로덕트 커머스 3분기 매출은 59억6602만달러(약 7조8178억원)로 작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특히 로켓프레시와 로켓그로스는 전체 비즈니스 대비 각각 2배·3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이츠 할인 혜택을 탑재한 와우멤버십도 성장에 기여했다. 할인 혜택 론칭 이후 쿠팡이츠를 사용하는 와우 회원은 90% 증가했다. 할인 혜택이 적용된 지역 75% 이상에서 거래량이 2배 늘어났다. 김 의장은 “쿠팡이츠 시장 점유율은 연말까지 약 20%에 도달할 것”이라며 “쿠팡이츠를 쓰는 와우 회원은 전체의 20%에 불과해 성장 기회가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사업과 쿠팡이츠·쿠팡페이 등도 빠르게 성장했다. 성장 사업 부문 3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41% 늘어난 2억1752만달러(약 2850억원)를 기록했다. 김 의장은 1주년을 맞은 대만 로켓배송·로켓직구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한국 로켓배송 출시 첫 1년과 비교해 대만 성장 속도가 더 빠르다”며 “쿠팡은 1년 만에 1만2000개 이상 중소기업의 대만 수출을 지원하는 등 기회의 문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투자 확대 영향으로 성장 사업 부문 조정 에비타(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손실은 1억6082만달러(약 2107억원)를 기록했다. 지난 2분기 쿠팡은 성장 사업에 약 4억달러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거랍 아난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초기 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 수준을 높여 손실이 늘었지만 4분기에는 이번 분기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간 흑자 전환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1~3분기 누적 영업흑자 규모는 4448억원(약 3억4190만달러)이다. 작년 3분기 영업손실 2288억원(약 1억9542만달러)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김 의장은 “쿠팡이 여전히 유통 시장에서 한 자릿수 점유율을 보이는 것은 지갑 점유율이 낮다는 것”이라며 “로켓배송, 로켓그로스 등을 통한 상품 확대로 고객 수와 지출액에서 더 높은 점유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