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는 이번에 대용량 고객을 대상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해 적자 해소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하지만 적자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한전은 또 조직개편으로 전력솔루션본부,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등 디지털·연구개발(R&D) 관련 조직을 폐지하거나 축소했다.
한전은 이번에 '산업용(을)' 고객을 대상으로 전기요금을 ㎾h 당 평균 10.6원을 인상했다. 지난해 기준 산업용(을) 고객이 국내 총 사용량의 48.9%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사용량 기준 ㎾h 당 평균 5원 수준 인상효과가 날 전망이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만으로는 한전 적자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전은 전기요금을 ㎾h 당 25.9원 인상해야 적자 해소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증권가는 한전이 올해에만 7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상 효과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8일 브리핑에서 “요금조정으로 한전의 판매수입은 금년 4000억원, 내년 2조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번 산업용(을) 요금인상으로 전기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산업계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한전에 따르면 이번 요금인상으로 '산업용(을) A'를 활용하는 고객은 월 평균 200만원, 산업용(을) B는 2억5000만원, 산업용(을) C는 3억원의 요금을 추가 부담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연이어 한전 자구대책을 요구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꺾어버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전은 지난해 4월 25조7000억원 규모의 재무개선안을 담은 '재정건전화계획'을 시작으로 지난해 10월 '혁신계획', 지난 5월 '추가 자구대책'에 이어 본사 조직 축소 등을 포함한 '특단의 추가 자구대책'을 발표했다.
문제는 한전이 4번의 혁신대책을 수립하면서 '핵심조직'을 폐지하고 '알짜자산'을 매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한전은 지난달 27일 본사 조직을 '8본부 36처'에서 '6본부 29처'로 재편하는 조직개편안을 의결했다. 본사 조직을 20% 축소하는 것으로 핵심으로 주요 대상은 디지털·R&D 부서다.
구체적으로 '본부' 중에서는 전력혁신본부, 전력솔루션본부를 폐지했다. '처' 중에서는 탄소중립전략처, 디지털솔루션처, 스마트미터링처 등을 없앴다. 특수사업소 중에서는 '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가 포함됐다.
한전은 이번 대책에서 한전 인재개발원 부지, 한전KDN 지분 20%, 필리핀 칼라타간 지분 전량 등 '핵심자산'도 매각한다. 서울 노원구 인재개발원은 전력산업계 교육요람으로 활용되지만 이번에 매각이 결정됐다. 고정배당금으로 수익성이 양호한 필리핀 칼라타간 지분은 38% 전량 매각한다.
대대적인 '인력 효율화'도 단행한다. 한전은 원전 수출과 전력망 확충 등을 위해 800명을 증원하려던 계획을 이번에 취소했다. 올해까지 자연감소분 488명을 줄이고, 2026년까지 운영 인력 700명을 감축한다. 위로금 확보를 전제로 한 '희망퇴직'도 시행한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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