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2025년 도입이 예고된 유럽연합(EU) 차기 배출가스 규제 '유로7' 시행에 맞춰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 등 주력 스포츠유틸리차량(SUV)의 순수 내연기관 엔진을 단산한다. 기본 파워트레인을 하이브리드(HEV)로 대체, 100% 전동화를 가속한다. 유로7은 사실상 내연기관차 종식을 알리는 강력한 배출가스 규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025년 출시를 목표로 연구개발 중인 싼타페, 쏘렌토 신형 모델의 파워트레인 설계 변경에 돌입했다. 같은 해 시행 예정인 EU 배출가스 규제 유로7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기존 차량에 탑재했던 순수 내연기관인 가솔린과 디젤 엔진으로는 규제 충족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신형 모델부터 내연기관 생산을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시판 중인 싼타페는 가솔린·하이브리드, 쏘렌토는 가솔린·디젤·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갖췄다. 일부 해외 국가에서는 충전이 가능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파워트레인도 제공하지만, 국내에는 낮은 시장성을 이유로 판매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은 2년 후 등장할 신형 모델부터는 가솔린·디젤 등 순수 내연기관을 단산하고, 배터리와 모터를 넣어 배출가스를 줄인 하이브리드를 기본 파워트레인으로 삼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대차그룹은 세단보다 상대적으로 오염물질 배출량이 높은 SUV 라인업부터 순차적으로 전동화를 추진할 전망이다. 싼타페와 쏘렌토를 시작으로 향후 아반떼, 그랜저 등 세단 라인업의 파워트레인까지 하이브리드를 기본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충전이 가능한 PHEV, 배터리 전기차(BEV) 모델 등을 라인업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강화된 규제에 대응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이 전동화 전환을 서두르는 것은 EU 집행위원회가 자동차 배출가스 제한을 대폭 강화하는 유로7 시행 기한을 2025년 7월부터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나온 유로7 초안에 따르면 2025년까지 유럽에 판매할 모든 승용차는 질소산화물 배출을 현행 80㎎/㎞(유로6)에서 60㎎/㎞로 줄여야 한다. 배출량 요건 준수 기간이 최대 10년으로 2배 이상 늘어난다. 현재 규제가 없는 브레이크 입자 배출, 타이어 미세플라스틱 배출 기준 등이 추가된다.
유로7이 시행되면 완성차 제조사는 가솔린 모델까지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추가하고, 내구성을 높여야 해 차량 원가 상승 부담을 안는다. 이 때문에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을 회원사로 둔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는 비용 대비 감축 효과가 작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강력히 반발해 왔다. EU 집행위는 유로7의 세부 내용을 완화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라며 “업계의 큰 흐름이 전동화인 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