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9일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각각 0.1%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인해 민간 소비가 위축되며 내수 증가세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수출 비중이 큰 반도체의 하반기 반등세가 지속돼 내년에는 올해보다 0.8%포인트(P) 오른 2.2% 성장할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10일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올해 성장률을 지난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1.5%보다 소폭 하락한 1.4%로 전망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모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수정한 데 이어 KDI 또한 전망치를 1.4%로 낮췄다.
민간소비가 고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 상품소비를 중심으로 증가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소비심리도 다소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투자가 감소로 전환됐으며, 건설투자는 아직까지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건설업 경기 악화에 따른 건설수주 부진으로 향후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올해 상반기 0.9% 성장했지만 경기부진이 점차 완화하며 하반기 1.8%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이 13개월 만에 흑자 전환하고, 반도체 경기가 바닥 탈출 조짐을 보이며 당초 정부가 예상한 상고하저가 유효한 것으로 진단했다.
천소라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세계경제도 주요국의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며 낮은 성장세에 머무르겠으나 글로벌 반도체경기 상승으로 우리 수출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우리 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며 성장세가 소폭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 한국 경제는 내수 증가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2.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 내외로 추정되는 내년 잠재성장률을 소폭 상회하겠으나, 올해 낮은 성장률(1.4%)에 따른 기저효과에도 기인한 것으로 경기 회복세는 완만할 것으로 봤다.
내년 민간소비는 고금리 기조로 인한 상품소비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올해(1.9%)과 유사한 1.8%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설비투자도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겠으나, 수출의 완만한 회복과 올해(0.2%)의 기저효과로 인해 2.4%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상품수출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서비스수출도 여행수요 회복에 따라 높은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지정학적 갈등 고조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거나 중국의 부동산경기가 급락하는 경우, 우리 경제의 회복이 지연될 우려도 제기됐다.
천 총괄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여타 중동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할 경우, 생산비용 상승과 실질소득 감소로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면서 “중국 부동산경기가 급락하면서 중국 건설업체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실물투자가 크게 둔화되는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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