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었던 벤처투자 시장에 회복신호가 감지된다. 딥테크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가 늘며 3분기 벤처투자가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3분기 신규 벤처투자금액이 3조1961억원을 기록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2조6000여억원에 비해 24% 증가했다. 올해 1분기 1조7822억원, 2분기 2조7091억원에 이어 3분기 연속 투자 증가세다. 중기부는 지난 2분기부터 금융위와 함께 창업투자회사, 신기술금융사 투자 실적을 합산해 발표하고 있다.
3분기까지 누적 벤처투자 투자금액은 7조687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10조2126억원 대비 24.7% 감소했지만, 상반기 누적 투자금액이 전년 대비 42% 줄어들었던 것에 비해 감소폭이 줄었다. 벤처투자가 이례적으로 급증하기 이전인 2020년 연간 투자 금액 8조962억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벤처투자 침체기가 1년 동안 이어지면서 벤처캐피털(VC) 등 투자자가 소진하지 않은 자금을 꺼내들면서 벤처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분야별로 보면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등 딥테크 분야가 투자시장 회복세를 주도했다. 전기·기계·장비와 정보통신기술(ICT) 제조 업종은 3분기까지 누적 벤처투자금액이 각각 1조885억원과 92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2%, 34.1% 증가했다. 반면 ICT서비스, 유통·서비스, 게임 등 코로나19·비대면 경제 수혜를 입었던 분야는 투자가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업력별 투자 비중 역시 창업 7년 초과 후기 기업이 46.9%로 전년 동기 대비 8.2%포인트(P) 증가했다. 창업 3년 이상 7년 이하 중기 기업 비중은 8.1%P 감소했다.
3분기 누적 벤처펀드 결성액은 8조448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12조7236억원 대비 33.6% 줄어들었지만, 2020년보다는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중·후기 투자에 집중하는 신기사 결성금액이 4조3353억원으로 창투사를 앞질렀다.
중기부는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사업 선정 조합이 곧 결성 완료를 앞두는 등 통상 4분기에 벤처펀드가 결성되는 만큼 올해 벤처펀드 결성금액이 1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건설경기 침체 등 대내외 경제 환경은 벤처투자 시장 불안요소다. 소재·부품·장비 분야 한 스타트업 대표는 “대규모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준비하면서 VC 투자자가 많은 관심을 보였지만 이·팔 분쟁 등이 발발하면서 갑자기 보수적인 투자 기조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투자심리 회복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글로벌 기업형 벤처캐피털(CVC)과 협력을 강화해 우리 스타트업의 해외투자 유치를 지원하겠다”면서 “스타트업코리아펀드와 민간 벤처모펀드등 필요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