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플랫폼 '제휴 vs 독자 성장' 노선 갈렸다

명품 플랫폼 '제휴 vs 독자 성장' 노선 갈렸다

명품 플랫폼이 성장을 위해 e커머스와 제휴를 맺거나 단독 사업을 확장하는 두 갈래 노선으로 갈라졌다. 명품 거래 금액이 증가하는 겨울 시즌을 앞두고, 각기 다른 전략의 성패가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명품 플랫폼으로 꼽히는 발란, 머스트잇, 트렌비 중 2개사는 e커머스와 동행을 선택했다. 트렌비는 11번가의 명품 버티컬 서비스 '우아럭스(OOAh luxe)'와 중고명품 분야 제휴를 맺었다. 11번가 서비스 내 별도 명품 전문관을 운영하며 1500여개 브랜드 상품을 판매한다. 향후 추가 협업을 진행할 예정으로 현재 온·오프라인 대형 파트너사와 논의를 진행 중이다.

머스트잇은 CJ온스타일과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연동을 진행했다. CJ온스타일 내 머스트잇에서 판매하는 상품 3만5000개를 동일 가격에 선보이고 있다. 라이징 브랜드와 인기 상품을 확인할 수 있도록 CJ온스타일 내 머스트잇 전문관도 마련했다. 다양한 기업으로부터 제휴 제안이 들어오고 있어 향후 시너지를 위해 추가 제휴를 검토 중이라는 설명이다.

발란은 제휴보다는 내실 다시기에 집중한다. 최근 두 자릿수 규모의 공개 채용을 진행했다. 아울러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에 집중한다. 일환으로 사업 카테고리를 확장해 신사업 영역으로 나아간다. 아울러 우수 브랜드를 발굴, 글로벌 진출 교두보를 마련한다. 다만 상황과 조건이 맞으면 제휴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고금리 기조로 인한 소비 심리 악화와 기존 e커머스 기업의 잇따른 온라인 명품 사업 진출이 명품 플랫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명품 플랫폼은 팬데믹 시기 거래액 1조원 규모를 넘어섰다. 그러나 최근 해외여행이 재개되며 여행지에서 명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었다. 아울러 명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경로가 다수 생겨났다. 생존을 위해 새로운 전략 수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제휴를 택한 플랫폼은 빠른 매출 성장이 가능하다. 대형 e커머스의 경우 유명 브랜드부터 희소성 있는 상품까지 라인업 구축이 다양해 유입 고객 자체가 많다. 이들은 개별 플랫폼의 잠재 고객군이 될 수 있다.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 연말 명품 특수를 맞아 매출에 직접적인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이용자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독자 노선을 택한 플랫폼은 느리지만 안전한 성장이 가능하다. 입점 수수료와 판매 수수료를 e커머스와 나누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부티크 숍과의 긴밀한 관계를 독점적으로 가져갈 수도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명품에 대한 수요 기반이 약해지며 개별 플랫폼이 유통 판매망을 정비하는 상황”이라며 “통상 명품은 일반 소비재와는 다르게 배타적 유통 특성을 띠며 가치를 올리지만 수요가 감소한 상황에서는 이용자가 몰리는 곳과의 제휴를 맺는 전략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