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계(팹리스) 유니콘으로 주목 받은 파두가 상장한 지 세 달 만에 실적이 급락, 후폭풍을 낳고 있다. 인공지능(AI) 등 반도체 스타트업계에 대한 불신을 일으켜 투자나 기술특례상장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파두는 3분기 매출 3억2081만원, 영업손실 148억2135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8% 감소했고 적자폭은 15배 이상 커졌다.
상장 직전 분기인 2분기 매출은 5800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기업가치를 1조원 이상 평가 받으며 8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데이터센터를 위한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을 예고했지만 제동이 걸렸다.
파두는 신생 팹리스 기업 탄생으로 기대를 모았다. 1분기에만 매출 177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매출은 파두의 주력 사업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컨트롤러 사업이 주효했다.
그러나 2~3분기 SSD 컨트롤러 사업이 중단되며 매출이 급감했다. 업계에 따르면 파두는 SK하이닉스와 SSD 컨트롤러 협업을 진행했지만 2분기부터 거래가 종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런 실적 악화로 주식 또한 공모가 대비 3분의 2 토막 났다. 3분기 실적을 공시한 다음날인 9일 하한가를 기록하며 주가는 전일 대비 29.97% 하락한 2만4300원을 기록했다. 이어 10일에도 장중 1만7580원까지 떨어졌지만 1만8970원에 마감하며 전일 대비 21.93% 감소했다.
파두의 이같은 실적 및 주가 급락은 반도체 스타트업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국내 팹리스는 그동안 침체되오다 최근 AI반도체 바람에 다수 스타트업이 탄생하며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AI반도체 스타트업들은 앞선 AI 추론 성능을 내세워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의 대항마가 될 것임을 자신했다. 그러나 파두가 상장 후 세 달 만에 실적이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반도체 스타트업 자체에 대한 신뢰성에 금이 갔다. 당장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에 상장 기회를 주는 기술특례상장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있다.
파두는 IR 자료를 통해 2~3분기 실적 악화는 전방시장 침체 영향이라고만 설명했다. 이지효 파두 공동대표는 자료를 통해 “어려운 시장 상황에 2~3분기 기대보다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며 “내년 상반기 낸드플래시 가격 개선과 데이터센터용 재고 정상화로 재무 성과가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두 관계자는 “실적 관련 사안은 IR팀에 문의하라”고 했지만 파두 IR팀 공식 전화는 불통이었다.
한편 8일 파두의 3분기 실적 발표에 앞서 주요 주주가 전체의 약 3%에 해당되는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파두 초기투자사인 포레스트파트너스는 지난 3~8일 지분 2.86%를 매각했다. 9일 하한가 기록 전 매각으로 시세 차익을 실현했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