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함께 세계는 '대전환'이라는 단어로도 설명이 충분하지 않을 만큼 급변했다. 특히 관광산업은 그 영향이 컸다. 공간의 이동과 사람 간 만남이 핵심 요소인 관광산업에서 격리와 국경 봉쇄와 같은 이동 제한은 관광산업을 얼어붙게 했다.
UNWTO에 따르면 2020년 세계 관광 이동객 수는 2019년에 비해 74% 감소했고, 2019년 1750만여 명이 찾던 우리나라 외래관광객 시장은 2021년 100만명이 채 되지 않는 규모로 위축됐다. 다행히 올해는 연말까지 1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관광이 멈춘 기간' 동안 관광산업은 발전했다. 관광산업 종사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겪었고 아직도 그 여파 속에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코로나19 기간 모든 산업에 걸쳐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면서 관광산업 분야도 디지털 전환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100년 동안이나 변하지 않던 호텔 프런트의 긴 대기 줄은 스마트폰 체크인과 스마트 도어락 객실 키로 대체되었다. 룸서비스도 터치패드로 필요한 물건을 입력하면 로봇이 객실 문을 두드리고 갖다주는 시대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9월 뉴욕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모든 문화와 산업이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대한민국이 정보통신기술(ICT) 강점을 활용해 디지털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 강조했다.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전략, 프로세스 등을 혁신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이다.
기존 아날로그 정보를 디지털정보로 변환시켜 입력하는 단순한 단계부터, 사업체에서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도입해 업무 과정을 개선하고 고객 응대가 필요한 업종에서 인공지능(AI)을 도입해서 고객관리를 혁신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전환은 산업 전반에 폭넓게 영향을 미친다.
디지털 전환은 관광산업의 생산과 유통의 효율 역시 증가시키고,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 이익도 증가시킨다. 이미 여행의 모든 과정이 디지털 전환을 대표하는 플랫폼 기업들로 가득 차 있다. 먼저 우리는 검색포털과 누리소통망(SNS) 등을 통해 여행 동기를 찾는다. 목적지가 생겼다면 그다음은 예약인데 최저가 비교, 영상 기반 등 각각의 특색을 가진 플랫폼을 통해 숙소와 이동 수단, 체험할 거리를 예약한다.
지난해 한 언론사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여행사(OTA, Online Travel Agency)를 통한 여행예약이 이미 전체 예약의 43.4%를 차지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여행 일정을 구성해주는 플랫폼, 위치기반 모빌리티 서비스, 사전 모바일 체크인과 안면인식 시스템으로 간편해진 출입국 절차, 가상계좌와 연동된 결제 시스템 등 여행의 모든 진행이 디지털로 고도화되고 있다.
그러나 2021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는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디지털전환 수준이 전체 5단계(준비-도입-정착-확산-고도화) 중 1단계(준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 수준)와 3단계(정착,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시스템이 구축되는 수준) 사이에 있다고 진단했다. 디지털 전환이 가장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관광벤처 기업, 관광숙박업 일부 기업이 디지털전환 3단계에 포함되어 있지만, 그 비율은 높지 않았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2020)에 따르면 관광산업의 빅데이터 활용도 또한 5.4%로 금융(34.4%), 통신(15.7%) 등 타 산업에 비해 낮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 관광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을 돕고자 '관광기업 혁신바우처 지원', 'MICE 기업 디지털전환 지원', '여행업계 디지털전환 지원'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관광기업 혁신바우처 지원사업은 산업 환경변화에 대응해 디지털 전환 등 관광기업의 혁신 성장을 돕는 사업으로 2020년 시작된 이래 올해까지 544개 관광기업의 혁신을 이끌었다. 2021년 혁신바우처 지원사업에 참여한 한 기업은 기존의 수기 방명록을 디지털화해 방명록 내용을 SNS 키워드 분석과 연계해 신규 상품기획에 적용하는 경영개선을 이뤘다. 또 다른 관광기업은 여행상품 등록, 예약, 정산 과정을 디지털화하는 ERP 시스템을 도입하고 비자 신청 업무에 필요한 여권 정보인식 과정을 디지털화함으로써 업무 생산성을 높였다.
여행업은 전체 관광사업체의 52%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관광업종이지만 연간 매출액 3억원 미만 사업체가 전체 여행업의 98.5%를 차지할 정도로 작은 사업체가 주를 이룬다. OTA를 통한 여행예약이 2건 중 1건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여행업계의 디지털 전환을 이끈 정부의 긴급 지원은 투자 여력이 없던 여행업계에 '가뭄 끝 단비'였다.
코로나19는 MICE 기업에도 큰 변화를 요구했다. MICE는 기업회의(Meeting), 인센티브관광(Incentive tour),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Exhibition)를 일컫는 말로 코로나19로 대면 진행이 어려워지면서 온라인 행사 진행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문체부는 즉시 각 기업의 디지털 체질 개선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코로나19 엔데믹 후에도 온라인 상담, 회의, 전시 시스템은 '뉴 노멀'이 돼 문체부의 지원은 우리 MICE기업들의 경쟁력을 향상 시켰다.
디지털 혁신 시대에 또 하나의 축이 빅데이터다. 문체부는 관광기업이 필요한 정보를 통합해 제공하는 '한국관광산업포털(touraz.kr)', 관광 분야의 다양한 기초데이터를 제공하는 '한국관광데이터랩(datalab.visitkorea.or.kr)', 내외국인에게 국내 관광지 정보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VisitKorea(visitkorea.or.kr) 등 주요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관광산업에서 빅데이터가 서로 연계되어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한국관광데이터랩은 이동통신, 신용카드, 내비게이션 목적지 정보와 같은 빅데이터를 수집해 실시간으로 분석 결과를 제공하면서 관광산업 혁신을 위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서핑 상품을 제공하는 한 관광벤처 기업은 국민여행조사, 내비검색량 정보를 기초로 강릉에 새로운 서핑 명소를 발견해 월매출이 180% 증가했고, 관광지에서 킥보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기업은 한국관광데이터랩의 데이터와 내부 고객데이터를 결합한 예측 알고리즘을 개발해 킥보드당 매출을 300% 증가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관광 분야 빅데이터는 지역 정주 인구 지출 규모와 관광객 지출 규모를 비교 분석해 지역 인구 감소 시에 이를 상쇄하는 관광객 유입 목표를 정량적으로 제시해 과학적 관광정책을 가능케 한다.
관광기업의 글로벌 진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디지털은 국경이 없다. 해외 글로벌기업의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우리들 여행의 한 부분을 차지하듯, 디지털 혁신을 이루어 낸 우리 관광기업의 글로벌 성장 가능성도 무한하다. 문체부는 2020년부터 관광기업 글로벌 챌린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올해까지 88개 관광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돕고 있다. 호텔에 디지털솔루션을 제공하는 한 기업은 올해 중동의 호텔 그룹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K-관광기업의 중동 시장 진출 시작을 알렸다. 문체부는 작년 8월 싱가포르 관광기업지원센터 개소를 시작으로 오는 12월 도쿄 관광기업지원센터 등, 작년 12월에 발표한 관광진흥기본계획에 따라 2027년까지 주요 거점지역을 10개소까지 확대하며 우리 관광기업의 글로벌 성장을 지원한다.
문체부는 지난 9월부터 '관광산업 디지털혁신'을 주제로 연속 토론회를 개최해 관광산업을 이끌어갈 혁신 전략도 구상 중이다. 한국관광공사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함께하며 '트래블테크'와 관련된 민간 전문가도 참석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관광산업과 디지털 환경변화', '관광기업의 디지털 전환', '빅데이터, 로봇 등 미래기술'이 논의됐었고, 두 차례 더 토론을 통해 관광산업 혁신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디지털 혁신은, 적은 자원을 가진 작은 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가진 기존 기업에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문체부는 세계시장에서 우뚝 서려는 우리 관광기업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도록 도울 것이다.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필자〉장미란 문체부 2차관은 한국 여자 역도 사상 첫 금메달리스트다. 2005∼2009년 세계역도선수권 4연패를 이뤘고, 올림픽에서는 금메달(2008년 베이징), 은메달(2004년 아테네), 동메달(2012년 런던)을 모두 손에 넣었다. 장 차관은 2013년 은퇴한 이후 '장미란재단' 등을 통해 후배 양성을 꾸준히 해왔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