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세계 제일의 무기가 있는데 바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기능공'들입니다. 훌륭하고 우수한 이들의 능력과 헌신에 힘입어 머지않아 한국의 자동차, 우리의 자동차가 세계를 휩쓰는 날이 온다고 나는 확신합니다.”
13일 현대차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 현장. 인공지능(AI)을 통해 복원된 정주영 선대 회장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반세기 전 정 선대 회장의 원대한 꿈을 이어받아 전동화 시대 100년 기업을 향한 새로운 도전의 시작을 알렸다.
현대차가 국내에 신공장을 세우는 것은 아산공장 이후 29년 만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정 선대 회장의 인본주의 정신을 계승한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은 혁신 생산 설비를 갖추고 미래 50년을 이끌 사람 중심 공장으로 완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시대 '퍼스트 무버'로서 기대를 뛰어넘는 제품 공급과 산업 기반 강화를 위해 올해 국내 전기차 생산 능력 확충을 가속하는 과감한 결단이다.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과 전용 라인 전환 등을 통한 생산 능력 제고는 전기차 연구개발(R&D)과 제조 역량을 강화해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미래 모빌리티 강국으로 도약하는 초석을 다지는 노력의 일환이다.
연산 20만대 규모 현대차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에 앞서 기아는 지난 4월 오토랜드 화성에 연산 15만대 규모 전기차 전용공장을 착공했다. 오토랜드 광명도 내연기관 생산 시설을 전기차 전용 라인으로 변경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총 31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고 국내 전기차 분야에 총 24조원을 투자한다는 중장기 로드맵을 세웠다. 전기차 생산량을 연간 151만대로 확대해 이 중 60%인 92만대를 수출하고,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을 364만대까지 늘려 2030년 전기차 글로벌 판매 톱3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수요 둔화로 인한 속도조절 우려가 나왔지만 현대차그룹은 중장기 로드맵에 따라 투자를 이어간다. 이와 관련 정 회장은 이날 기공식에서 “기존에 해왔던 투자이고 코스트(비용) 절감이나 여러 가지 방법도 있겠지만, 큰 틀에서 어차피 전기차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면서 “운영의 묘를 살려서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기차는 모터, 배터리는 물론 배터리 효율의 극대화, 초고전압 관리 및 안전 시스템, 고속 충전 등 다양한 첨단 핵심 기술이 필요하다. 최고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완성차 업체와 부품 업체 간 제조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국내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은 미래차 시대에 국내 부품사들과 적극적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가속화 등 자동차 산업 변혁기를 맞아 최근 국가 전략기술에 포함된 전기차 부품 기업들과 면밀히 협력한다. 내연기관 분야에서 국내 부품 기업이 확보한 글로벌 리더십을 전동화 분야에서도 이어가도록 지원함으로써 한국 자동차 산업 발전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차 전용공장과 생산라인 확충은 전기차 산업 생태계 조성의 필수 전제 조건이자 국내 부품사 투자 확대와 기술 개발 가속화 등 관련 산업 경쟁력 제고의 선순환 구조를 이끄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