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위기에 처한 위니아가 공장을 재가동했지만 부품 수급난으로 인해 생산량이 예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김치 냉장고 성수기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공급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김치 냉장고 왕좌까지 내줄 처지다.
위니아와 관련 협력사에 따르면 지난주 광주 공장이 김치 냉장고 생산을 재개했지만 하루 생산량이 평균 50~60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니아 광주 공장은 지난 6일 공장 재가동 첫날 70대 생산을 시작으로 10일까지 총 240여대의 김치 냉장고를 생산했다. 하루 평균 약 50대 꼴로, 이달 생산 목표치인 3400대 달성이 사실상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위니아와 협력사는 11월이 김치 냉장고 성수기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제한된 생산량에 애를 태우고 있다. 광주 공장은 9월 김치 냉장고 성수기에 진입과 동시에 주야간 2교대로 하루 최대 4만대까지 김치 냉장고를 생산했다. 현재 생산량은 지난해 성수기와 비교해 1% 남짓에 불과하다.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니 판매 실적도 바닥을 치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 위니아 딤채 김치냉장고 신제품 판매량은 약 500대로 추산된다. 지난해 같은 날 2022년형 신제품 판매량이 3000대를 넘어선 것을 고려하면 6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위니아는 경영 악화와 임금 체불, 협력사 미지급금 누적 등으로 지난달 4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신청서를 제출하며 공장 운영을 중단했다. 이후 위니아는 협력사와 꾸준한 대화를 통해 12월 중순까지 제품 매각대금에서 납품대금을 우선변제 받을 수 있도록 공익채권을 제공, 공장 가동을 이끌어냈다. 협력사 역시 김치 냉장고 골든타임을 사수하기 위해 뜻을 함께 했다.
하지만 위니아의 자금난이 지속된 데다 변제 능력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일부 협력사가 여전히 부품 공급을 거부하고 있어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 위니아와 함께 유동성 위기가 닥친 협력사마저도 주요 부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제대로 판매 한번 못해보고 김치 냉장고 성수기를 끝낼 위기다.
위니아 협력사 관계자는 “이달 중 3400대 생산을 목표로 하지만 철판 등 주요 부품 수급이 어려워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대금 지급 불확실성을 이유로 공급을 주저하는 부품사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국내 김치 냉장고 시장 1위인 위니아는 이번 사태로 사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 위니아는 8월에 신제품을 출시했지만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면서 시장에서 제한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위니아의 지속가능성과 딤채가 가진 브랜드 파워를 고려할 때 인수합병(M&A)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위해선 올해 김치 냉장고 성수기를 잘 버텨야 하는 만큼 위니아가 자금상황을 해소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위니아 계열사가 국내외 가전 시장에서 쌓아온 지배력과 김치 냉장고 브랜드 파워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M&A만이 답”이라며 “자산 매각으로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고 협력사들과 뜻을 모아 올 겨울 출혈을 최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