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법인세 확대안·양도세 완화' 두고 충돌…정책 주도권 잡기 사활

여야가 예산정국 속 주요 세법 개정을 놓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일각의 법인세 조정안을 '기업 때리기'라 비판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상속세·주식양도세 개편 검토를 '부자감세'라고 꼬집었다. 내년 총선을 5개월여 남기고 정책 이슈 주도권 잡기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원내대책 회의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원내대책 회의를 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법인세 최고세율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민주당을 향해 “유아적이고 단세포적인 발상”이라고 맹비판했다.

현재 민주당 일각에서는 법인세 최고세율 적용 구간을 24%로 유지하는 한편, 최고세율 과표구간을 '연 200억원 초과'로 단순화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4%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구간이 3000억원 초과에서 200억원 초과로 바뀌면 최고세율 대상기업은 현행 152개에서 2052개로 1900개 늘어나게 된다. 아직 이같은 방안이 당론으로 확정되진 않았으나 15일 시작되는 세법 개정안 심사에서 논의 대상으로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세수결손을 메우고 싶다면, 중과세로 기업의 날개를 꺾을 것이 아니라 돈을 더 벌어 세금을 내도록 더 큰 날개를 날아줘야 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재정건전성이 걱정된다면 기업을 괴롭히는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항구적인 대책인 재정준칙 법제화에 협조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재정 포퓰리즘이 기업 경쟁력을 제물로 삼는 지경에 이르면 그다음 국가 경제가 다다를 지점은 날개 없는 추락”이라며 “기업을 때리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서민”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반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와 여당이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 완화와 상속세 개편 논의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오히려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는 “무책임한 던지기식 정치”라며 역공을 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올해 세법 개정안에도 상당한 규모의 부자 감세 방안이 담겼는데 또 다시 감세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말로는 건전재정을 추진한다면서 실제로는 세수 기반을 무너뜨려 재정건전성을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정부의 일관된 감세 기조 결과는 59조원 이상의 최악의 세수 결손과 민생 경제 파탄”이라며 “훼손된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는 방법에는 지출을 삭감하는 방법 말고도 세수 기반을 확충하는 방법이 있다”며 민주당이 추진하고자 하는 법인세와 횡재세 등에 힘을 실었다.

이와 함께 여야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두고도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전날 여당이 R&D 예산 일부 복구를 언급했으나 구체적인 복원 금액과 전향적인 기조 변화가 없다는 점을 비판했다.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민 모두의 분노를 일으킨 초유의 R&D 예산 삭감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해명하지 않은 채 제한적 증액의 필요성만 인정했다”며 “증액 수준 역시 이공계대학원의 절규와 과학기술 한탄에 답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문진석 의원도 “R&D 예산을 얼마나 복구할 것인지 구체적인 금액을 밝혀달라”며 “R&D 예산은 전면 원상복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양당은 수도권 표심 공략을 위해 '메가시티'와 '1기 신도시 재건축·재개발을 위한 특별법'으로 서로 치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메가시티' 구상으로 수도권 민심을 흔들자, 민주당이 반전을 꾀한 것이다. 다만 이 법안은 국민의힘에서도 당론으로 발의한 것이라 연내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수동적이거나 미온적인 모습을 보여선 안되기 때문에 전방위적인 민생 정책 행보로 이슈 몰이에 나설 것”이라며 “각 정당의 색채를 제대로 각인시키기 위한 전략 수립이 본격화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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