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 업계가 어뷰징에 몸살을 앓고 있다. 플랫폼 업체가 자정 노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어뷰징이 고도화되면서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뷰징도 프로그램이나 사람을 동원해 고의로 트래픽을 높이는 방식에서 '가구매'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일반 셀러가 대행사에 '가구매' 리뷰를 의뢰하는 비용은 한 건 당 평균 2000원이다. 가구매는 실제로 제품이 담기지 않은 빈 박스를 받아 사용 리뷰를 허위로 작성하는 것을 뜻한다. 빈 박스를 배송하는 이유는 플랫폼에서 구매자에게만 리뷰 작성 권한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가구매 리뷰는 금전적 대가를 지급 받은 사실을 명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제품을 실제로 받아서 사용한 것처럼 사진을 첨부하기도 한다. 배송비까지 합쳐 단돈 5만원이면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도 10개의 실사용 후기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오픈마켓 뿐만 아니라 직매입 상품도 가구매 리뷰가 가능하다. 상품을 주문한 후 회수 처리한 뒤 리뷰를 작성하면 된다. 실제로 배송이 이뤄지기 때문에 플랫폼 단속을 피할 수 있다. 비용은 한 건 당 평균 4500원 수준이다.
가구매 리뷰는 경쟁사를 공격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경쟁사 제품을 주문해 반품한 뒤 악성 리뷰를 작성하는 방식이다. 부정적인 리뷰가 달리거나 평점이 낮아지면 또 다른 가구매 리뷰를 동원해 덮는 경우도 있다. 셀러들끼리 서로 빈 박스를 보내고 허위 리뷰를 작성하는 품앗이 형태의 리뷰 작업도 등장했다.
트래픽을 높이는 '슬롯' '리워드'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슬롯과 리워드는 일정 기간 동안 정해진 횟수 만큼 상품을 조회해 트래픽을 높이는 방식이다. 슬롯은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반면 리워드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실제 사람을 고용해 진행한다. 슬롯은 30일 기준 개당 5만원, 리워드는 10일 기준 개당 9만원이면 매일 조회 수를 임의적으로 올릴 수 있다.
실제 리뷰 대행사 관계자는 “2년 넘게 작업하면서 가구매, 슬롯 등의 방식으로 제재 받은 적은 없다”며 “플랫폼의 모니터링 시스템이 고도화될수록 대행사도 방법을 고도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셀러들이 어뷰징 대행사를 찾는 것은 플랫폼 노출 순위 때문이다. 소액 투자 만으로 매출이 크게 갈리는 상황이다 보니 어뷰징을 일종의 마케팅 수단으로 정의하는 셀러가 늘고 있다.
e커머스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시간 모니터링, 인공지능(AI)을 동원한 허위 리뷰 판별 등 다양한 수단이 동원되고 있다. 적발 시 플랫폼 퇴출 등 자체적인 제재도 강화하고 있다.
다만 개별 구매 건을 일일이 들여다 볼 수 없는 만큼 완전한 근절은 불가능하다. 어뷰징 행위가 천차만별이라 적용되는 제재 법안도 제각각이다. 결국 개별 셀러나 소비자가 신고한 건에 한해서만 조사가 이뤄지는 실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플랫폼별로 어떤 어뷰징 행위가 일어나고 있고 플랫폼에서 어떤 대응을 펼치는지 등을 파악하는 단계”라며 “실태를 파악한 후 제도 개선 등 다음 단계를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