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태평양 여자 골프의 자존심 대결이 펼쳐진다.
사단법인 아시아골프리더스포럼(이하 AGLF)이 주관하는 시몬느 아시아퍼시픽컵이 그 무대다.
시몬드 아시아퍼시픽컵은 12월 21일부터 사흘 동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폰독인다 골프장에서 열린다. 국가대항전 성격으로 한국을 비롯해 태국, 일본, 대만, 필리핀 등 아시아 태평양 16개국 58명의 선수들이 출전한다. 대한민국 대표팀으로는 김민별, 황유민, 이다연, 이소영이 나선다. 대회 총상금은 75만 달러이며 단체전에 20만 달러, 개인전은 55만 달러가 걸려 있다.
이번 대회 개인전에는 모두 58명이 출전해 54홀 스트로크 플레이를 펼친다. 단체전은 참가국 별로 2명이 한 팀을 이룬 스코어를 합산해 29개 팀의 순위를 가린다. 지난해 원년 우승 트로피는 유소연과 이보미가 팀워크를 발휘한 한국이 차지했고 개인전은 필리핀의 프린세스 메리 슈페랄이 정상에 오른 바 있다.
한국팀의 2연패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신인상에 오른 김민별(19)과 '돌격대장' 황유민(20)이 출전해 젊은 피의 위용을 한껏 뽐낼 예정이다.
김민별은 이번 루키 시즌 29개 대회에 출전해 2위 3차례, 3위 2차례를 포함해 12차례나 톱10에 들며 프로 무대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상금 약 7억5000만원으로 랭킹 6위에 올랐다. 역시 올해 KLPGA투어에 뛰어든 신예 황유민은 아마추어 시절이던 지난해 이 대회에 출전해 경험을 쌓은 뒤 기량이 일취월장 했다는 평가다. 황유민은 올해 7월 KLPGA투어 대유위니아 · MBN 여자오픈에서 첫 승을 거뒀다.
2023시즌 KLPGA투어에서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부문 2위(257.2야드)에 오른 황유민은 “작년에 처음으로 참가했을 때 코스가 굉장히 어려웠다고 느껴 다시 한번 더 출전할 수 있다면 꼭 잘 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면서 “다시 기회를 잡게 돼 영광이고 두 번째 도전인 만큼 좋은 성적을 만들어보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KLPGA 통산 14승을 자랑하는 언니들의 합류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올해 LAT 시리즈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과 메이저 대회인 크리스에프앤씨 제45회 KL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다연(26)과 동갑내기 절친 이소영이 한국팀에 합류했다.
올 시즌 2승을 포함 통산 8승을 기록중인 이다연은 “처음으로 국가를 대표하여 경기를 출전하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책임감을 느낀다. 특히나 함께하는 선수들이 친한 동료들이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여자골프의 미래로 손꼽히는 아마추어 유망주도 한국을 대표해 출전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한골프협회 랭킹 1위 이효송(15)과 2위 김민솔(17)이 그 주인공. 중학생 이효송과 고교생 김민솔은 올해 열린 제30회 세계 아마추어팀 챔피언십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우승을 합작했다. 이효송은 국내 최고 권위의 여자 아마추어 대회인 강민구배 한국여자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를 2년 연속 우승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 강력한 단체전 우승후보로 꼽히는 태국도 막강전력을 구축했다. 최근 LPGA투어에서 한국을 위협하며 골프 강국으로 떠오른 태국을 꼽을 수 있다. 태국은 LPGA통산 3승의 스무 살 아타야 티띠꾼을 앞세워 단체전 우승에 도전한다. 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세계 랭킹 9위에 올라 있는 티띠꾼은 2017년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에서 우승하며 역대 LET 최연소(14세 4개월) 챔피언 기록을 세운 바 있다. 티띠꾼은 지난해 LPGA투어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스포트라이트를 활짝 받았다. 지난해 시몬느 아시아 퍼시픽컵에 출전한 자라비 분찬트와 올해 LPGA투어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정상에 오른 19세 샤네티 워너센도 가세한다.
일본에서는 LPGA투어 통산 6승,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통산 6승을 기록한 하타오카 나사가 출사표를 던졌고 대만은 비비안 허우, 유 상 허우 자매의 출전이 눈길을 끌고 있다. 여기에 JLPGA투어에서 2승을 거둔 차이 페이 이엉과 페이윤 치엔도 출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AGLF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여자골프 발전을 비전으로 삼아 2020년 출범했다. 한국,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뉴질랜드, 홍콩, 호주. 인도, 미얀마, 싱가포르 등 13개국 14개 단체(한국은 KGA, KLPGA)가 속해있다.
AGLF의 박폴 사무총장은 “작년은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사단법인의 설립과 13개국 14개 골프협회와의 관계 구축에 공을 들였다. 2년 차에 접어든 올해는 원활해진 소통으로 각국의 우수한 선수가 상당수 출전하게 됐다”면서 “호주, 뉴질랜드를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세계여자골프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가 한자리에 모이게 되는 계기가 되어가는 점이 의미가 크다”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정원일 기자 umph1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