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체내 염증 및 감염으로 인한 급성반응물질(CRP)을 타액으로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휴대용 칩을 개발했다.
현장에서 바로 검사하고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간편하면서도, 진단의 정확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원장 양성광)은 소재분석연구부의 한도경 박사가 한양대 생명나노공학과 성기훈 교수팀과 사람의 혈액 외에 타액과 같은 비침습적 방법으로도 CRP를 효과적으로 검출할 수 있는 고감도 신속 진단용 종이 슬립칩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CRP는 감염, 패혈증, 자가면역질환 등 염증성 질환 또는 심근경색, 악성종양, 외상, 수술 등 조직 손상이 발생하면, 수 시간 내 간에서 혈류로 분비되는 대표적인 급성기 반응성 단백질이다.
CRP 검사 수치가 정상 범위를 넘어 고위험에 해당되면 중증 세균, 바이러스 감염, 뇌경색, 심장질환, 암 등 발병 가능성이 큰 것이므로 신속한 진단으로 질병 여부를 확인한 후 추가 정밀 검사를 해야 한다.
다만 기존 혈액 검체 CRP 검사법은 채혈 자체가 부담스러운 영유아, 노약자를 대상으로 한 진단 검사에는 사용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연구팀은 기존 진단 키트와 작동방식은 유사하지만, 고감도 비침습 분석이 가능한 신속 진단 슬립칩을 개발했다. 이 슬립칩은 저비용 종이 소재로, 종이 상에 친수성과 소수성 패턴을 디자인해 대상자의 검체 시료와 검출 신호를 증폭해 주는 시약이 순차적으로 주입될 수 있도록 만든 종이 분석칩이다.
자연계 효소를 모사한 다공성 백금 나노 소재(pPtNZ)를 개발, 촉매 특성을 활용한 효소 기질 반응으로 검출 신호를 증강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혈액에 비해 대단히 적은 양으로 존재하는 타액 속 CRP를 35분 이내 수십 피코그램 수준까지 성공적으로 검출할 수 있었다.
특히, 이 슬립칩은 일반 의료기관에서 혈청 광학장비를 이용해 실시하는 표준검사법인 ELISA 검사 수치와 비교해, ±5% 이내 오차 범위를 갖고 있어 신뢰성이 뛰어나다.
검사 방식도 간단하다. 칩 위 검출부 발색 변화를 통해 직관적으로 CRP 분석 결과 확인이 가능하도록 했다. 검출부 색이 변색되는 것을 스마트폰으로 촬영 후 무료 소프트웨어를 통해 정확한 검사 수치를 알 수 있다.
KBSI 한도경 박사 연구팀은 슬립칩의 설계, 제작 및 특성 분석을 담당했고, 한양대 성기훈 교수 연구팀은 고감도 백금 나노입자 제작 및 기존 CRP 표준분석법과의 비교를 통한 검체 분석·평가 작업에 참여했다.
한도경 박사는 “이번 연구는 혈액은 물론 타액에 존재하는 미량의 급성염증 반응물질을 분석할 수 있는 고감도 진단 플랫폼 기술로, 최대한 빨리 신체의 건강 상태나 중증도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며, “급성 염증·감염 신속 진단 기술이 조기 상용화될 수 있도록 관련 기업들과의 협력을 적극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KBSI 소재분석 운영, 생물재난 분석기술개발 과제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분석화학 분야 최상위 학술지인 Biosensors and Bioelectronics에 10월 10일 지면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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