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작업복세탁 한벌 '1000원'…안산 반월산단 '블루밍 세탁소' 인기

경기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 내 '블루밍 세탁소' 직원들이 깨끗하게 세탁된 한 기업 작업복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동성 기자
경기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 내 '블루밍 세탁소' 직원들이 깨끗하게 세탁된 한 기업 작업복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동성 기자

경기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 안에 위치한 '블루밍 세탁소'는 일반 세탁소와 다른 모습이다. 옷걸이에 가지런히 걸려 있는 옷과 테이블에 반듯하게 접혀 있는 옷 모두 작업복이다. 여느 세탁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셔츠나 블라우스, 원피스는 찾아볼 수 없다.

세탁을 마치고 때 빼고 광내고 주름잡혀 가지런히 걸려 있는 옷을 하나씩 넘겨보면 모두가 회사 로고가 새겨진 작업복들이다. 세탁기에 들어갈 차례를 기다리는 빨랫감 바구니 안에도 일반 의류가 아닌 기름때, 쇳가루 등이 잔뜩 묻은 작업복만 가득 차 있다.

세탁기와 건조기는 쉴 새 없이 돌고 있고, 세탁소 직원들은 건조된 작업복을 빠른 손놀림으로 열심히 개고 있었다.

한 직원은 “근로자는 심하게 오염된 작업복을 집에서 빨지 않아도 되니까 좋고, 저희는 남을 도울 수 있어 뿌듯하다”며 “우리가 깨끗하게 세탁한 작업복을 노동자들이 기분좋게 입고 일할 생각을 하면 세탁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블루밍 세탁소는 경기지역 첫 노동자 작업복 전용 세탁소다. 50kg 세탁기 2대, 35kg 세탁기 1대, 50kg 건조기 3대, 재봉틀, 스팀585다리미 등 필수시설과 사무실 등을 갖췄다. 휴게공간 등 편의시설을 추가해 작업자들이 업무와 휴식을 병행할 수 있도록 했다.

노동자 작업복 세탁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루밍 세탁소' 직원이 깨끗하게 건조된 작업복을 꺼내고 있다. 김동성 기자
노동자 작업복 세탁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루밍 세탁소' 직원이 깨끗하게 건조된 작업복을 꺼내고 있다. 김동성 기자

반월산단과 인근 영세·중소 사업장 종사자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종사자 50인 미만 사업체와 노동자를 우선 지원한다.

춘추복과 하복은 한 벌에 1000원(장당 500원), 동복은 2000원(장당 1000원) 등 저렴한 비용으로 근로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준다.

한 주에 2번 약 120벌의 세탁물을 맡기는 자동차 프레스금형 가공업체 성진엠테크 이근주 상무는 “요즘 다들 불경기다 보니 허리띠를 졸라맨다. 건강과 직결되는 작업복을 값싸게 세탁할 수 있어 회사에 많은 도움이 된다”며 “더러운 옷을 깨끗하게 세탁해 작업장까지 배달해주시니 만족도가 아주 높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블루밍 세탁소는 영세 업체엔 세탁비 절약 혜택을, 장애인에게는 공공 일자리를 제공한다. 경기도와 안산시가 운영비를 보조하고, 운영은 경기도장애인복지회 안산시지부가 맡고 있다.

블루밍 세탁소는 소장 1명과 직원 4명 등 총 5명이 장애인이다. 직원들은 “밝고 쾌적한 환경에 만족하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식 소장은 “맡길 때는 먼지와 기름때 등 묻은 작업복이지만 돌려드릴 때는 신사복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장애인이 운영하니 처음엔 못미더워하는 분들도 많았지만 지금은 모두 만족하신다”고 했다.

경기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 내 '블루밍 세탁소' 직원들이 세탁소 앞에서 기념 촬영했다. 김동성 기자
경기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 내 '블루밍 세탁소' 직원들이 세탁소 앞에서 기념 촬영했다. 김동성 기자

블루밍 세탁소가 지난 7월 처음 문을 열 때 거래기업이 8곳에 불과했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 거래기업은 76개 기업으로 대폭 늘었다.

경기도는 지난 16일 시흥시 시화공단 인근에도 노동자 작업복을 세탁하는 '블루밍 세탁소'를 개소한다. 도내 2호로 문을 연 시흥 블루밍 세탁소는 세탁기, 건조기, 스팀다리미 등 필수 시설과 장비 등을 갖췄다.

공간 내부는 1∼2층으로 구분해 1층에는 세탁전용 작업공간을 조성하고, 2층에는 휴게공간 등 편의시설을 갖춰 작업자가 업무와 휴식을 병행하도록 했다.

경기도는 내년에 경기북부 최초로 파주에 블루밍 세탁소를 열 방침이다.

안산=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