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국민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법률 서비스가 무엇일까? 바로 '공증'이다. 소송이 있거나 복잡한 법률 자문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법적인 보호를 받기 위해 공증변호사를 찾는 경우가 있다. 작성자의 신분이나 서명·날인의 진위 확인을 위해 공증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증을 위해서는 공증변호사 사무실에 방문해야만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래서 법무부는 전자공증과 화상공증 제도를 도입·시행 중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전자공증이나 화상공증 사용이 폭증했다. 특히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공증을 위해 먼 거리를 오가야 하는 사용자에게는 큰 편의성을 제공한다. 그러나 현재 전자공증이나 화상공증 제도에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먼저, 현재 온·오프라인으로 받은 공증문서가 호환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공증사무실에 가서(오프라인) 공증받은 문서는 온라인에서 사용하는 것이 어렵고, 역으로 전자공증 문서는 그 출력물의 원본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오프라인에서는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전자공증 문서의 관리나 활용도 현재는 매우 제한적이다. USB 저장장치에 담아서 보관하거나 이메일을 통해서만 주고받을 수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공정증서(공증인이 직접 작성해 효력이 생기는 공문서)는 전자공증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사서증서(서명이나 날인되어 있는 사문서)나 이사록, 정관만을 대상으로 해 한계가 있다. 이와 함께 전자공증 절차가 제한적이어서 공동인증서나 통신사 인증을 통해서만 전자공증을 받을 수 있다. 다른 서비스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지문이나 안면, 패턴, PIN 등은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불편함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서 보완될 수 있다. 흔히 '블록체인'이라고 하면, 토큰이나 코인 등 가상자산을 떠올린다. 그러나 블록체인이 곧 가상자산은 아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그 특유의 불변성, 비가역성, 탈중앙화 성질로 다양한 서비스에 활용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 이제 가상자산으로 인한 불안감을 떨쳐 버리고 기술로서 블록체인을 적극 활용해야 할 시점이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기술이 어떻게 공증절차를 편리하게 할 수 있을까? 법무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주관하는 2023년 블록체인 공공분야 확산사업인 블록체인 기반 전자공증시스템 고도화 사업을 통해 리드포인트시스템과 전격적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 블록체인 기술의 진위 확인이나 위·변조 증명 기능을 통해 온·오프라인의 호환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자지갑 기능을 도입하거나 행안부의 전자문서지갑을 활용해서 공증문서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전자지갑을 활용하면 공증문서를 필요로 하는 기관에 제출하는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이력 정보 관리를 통해, 공정증서에 대한 전자공증 확대도 가능하다. 인증수단을 다양화하고 사용 프로세스를 개선한다면, 전자공증이나 화상공증 서비스는 국민이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적극행정의 시작은 절차의 간소화이고, 사용자의 편의성 증진이다. 이를 위해서는 새롭게 시장에 도입되고 사용되는 기술을 이해하고 행정절차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블록체인 기술도 그 예가 될 수 있다. 최근 공증분야에 블록체인 기술 도입하려는 법무부 계획을 환영하며, 기술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는 정부의 적극행정을 기대해 본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대표변호사 whc@dlight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