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 인공지능(AI) 솔루션 기업들이 세계 최대 시장 미국부터 유럽·중동·동남아시아까지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국내에서 비급여 적용이 시작됨에 따라 국내 공급사례를 바탕으로 해외 병원과 정부를 공략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루닛, 제이엘케이, 뷰노, 코어라인소프트 등 주요 의료AI 기업들이 해외 공략에 팔을 걷었다. 해외 거점을 조금씩 확보한 가운데, 내년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는 원년으로 삼는 분위기다.
의료AI 솔루션은 부족한 현지 의료 인력을 보완하고 질환을 조기 진단해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데 기여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현지 민간병원뿐만 아니라 정부, 군, 기관 등 다양한 주체와 손잡고 국산 의료AI 기술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루닛은 미국, 중동, 유럽, 필리핀 등 여러 국가 대상으로 해외사업을 공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암 정복을 위해 추진하는 캔서문샷을 위해 공공·민간이 협력하는 캔서엑스 프로젝트 기반으로 폐암과 유방암을 조기 진단하는 '루닛 인사이트' 제품군 공급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제품은 AI 응급질환 자동분류 솔루션(루닛 인사이트 CXR Triage), 유방촬영술 AI 영상분석 '루닛 인사이트 MMG', 유방 단층촬영술 AI 영상분석 '루닛 인사이트 DBT'로 총 3가지다.
중동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추진하는 보건의료 디지털 대전환 사업인 '헬스케어 샌드박스'에 참여한다. 이 외에 최근 필리핀과 우즈베키스탄 군병원에도 제품 공급을 시작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흉부진단 솔루션 '에이뷰 LCS 플러스'를 국내외 국가 폐암검진용 솔루션으로 공급하고 있다. 독일 북부지역 폐암검진사업(HANSE), 이탈리아 폐암검진 프로젝트(ILSP), 유럽 6개국 다국적 폐암검진 프로젝트(4-ITLR)를 잇달아 수주하며 글로벌 폐암검진 시장에서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중동 최대 메디컬 유통사 MHC와 에이뷰 제품군 9종 공급계약을 맺었다. 유럽 병원·영상센터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진단용 '에이뷰 COPD' 공급도 시작했다. 대만, 싱가포르 보건당국 인증을 획득한데 이어 정식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뷰노와 제이엘케이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뷰노는 일본, 유럽, 중국에 진출한데 이어 최근 미국 진출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FDA에서 AI 뇌 정량화 의료기기 '뷰노메드 딥브레인' 승인을 획득했다. 심정지 예측 솔루션 '딥카스'와 흉부 CT 영상 판독보조 '렁CT' 추가 승인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국내 의료AI 의료기기 최초로 미국 FDA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되기도 했다.
제이엘케이는 일찌감치 일본, 유럽, 호주, 뉴질랜드, 동남아시아 등에 걸쳐 66개 인허가를 획득하며 해외 사업화 포석을 깔았다. 국내서 혁신의료기술 1호로 지정된 뇌경색 진단보조 솔루션 'JBS-01K'의 비급여 적용이 결정된 것을 기반으로 내년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미국 진출을 위해 2개 제품 임상을 실시하고 있다.
딥노이드는 최근 우즈베키스탄 군병원에 이동형 엑스레이장비 타입 AI 진단보조솔루션을 설치했다.
한 의료AI 기업 대표는 “국내 의료 AI 기업들이 규제 이슈로 해외 경쟁사들 대비 빠르게 성장하지 못했다”면서 “건강보험 적용이 막 시작된 만큼 내년에는 해외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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