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칼럼] DX 기반 ESG 경영

오지헌 법무법인 원 ESG센터 변호사
오지헌 법무법인 원 ESG센터 변호사

내년부터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 2026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가 의무화된다. 그리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도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2030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가 공시해야 한다.

이러한 ESG 정보 공시에 대한 요구는 국내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2020년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을 중심으로 여러 글로벌 이니셔티브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기준 통합·표준화 논의를 진행해왔고, 드디어 올해 IFRS S1(일반 요구사항), IFRS S2(기후 관련 공시)를 발표했다.

'기후' 관련 공시 기준이 먼저 발표된 이유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에서 지속가능성 관련 사안 중 최우선 과제로 기후(climate)를 선정했기 때문이며, 다른 ESG 이슈에 대한 공시기준도 순차적으로 제정될 예정이다.

다만, 최근 우리나라 금융위원회는 미국 등 주요국의 ESG 공시 의무화가 지연됐고, 국내 참고 기준인 IFRS-ISSB가 6월에야 확정된 점 등을 고려해 공시 시점을 2026년 이후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준비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일 뿐 변화의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ESG정보공개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이에 대한 취합·검증을 위해 ESG 정보의 디지털 전환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DX'라는 약어로도 종종 쓰이는데, 이는 영어권에서 'Trans'를 'X'로 줄여서도 사용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 개념은 2004년 스웨덴 출신의 에릭 스톨터만(Erik Stolterman) 미국 인디애나대 교수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삶이 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되는 현상'을 뜻하는 단어로 제안한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7년부터 회원국의 디지털 전환 정책 수립을 지원하고 디지털 전환 혜택을 극대화하고자 2개년 단위로 3단계에 걸쳐 '고잉 디지털 프로젝트'(Going Digital Project)를 추진해왔다. 6월 파리에서 열린 OECD 중소기업·기업가정신 장관회의에서도 '중소·창업기업의 그린·디지털 전환 촉진'이 핵심 주제로 다뤄졌다.

디지털 전환은 먼 미래에 이루어야 할 목표가 아니다. 당장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등 6개 품목에 대해 일정한 탄소배출량을 초과하는 경우 관세를 징수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을 시행할 예정이며, 배터리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EU배터리법도 2026년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이러한 공급망 내 ESG 정보 관리를 위해서라도 디지털 전환이 시급한 상황이다.

즉, 디지털 전환은 개별 기업 차원이 아니라 공급망 차원에서 동시에 진행되어야 의미가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기반을 갖춘 대한민국은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갈 충분한 경험과 자격이 있다.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보다 신속히 ESG경영과 이를 이한 디지털 전환에 대한 '공급망 내 기업들의 공감대 확산'이 중요하다. 참으로 기업들에게 어려운 시절이지만 디지털 전환과 ESG 경영 실현의 상관관계를 이해하고 적극 대응해나간다면 분명 지금의 위기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오지헌 법무법인 원 ESG센터 변호사 jhoh@onelawpartn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