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모로코(규모 6.8)와 튀르키예 지진(규모 7.8)은 수천에서 수만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우크라이나와 중동 지역에서 벌어지는 군사적 충돌에 의한 피해 보다 규모면에서 크다고 할 수 있다.
21세기의 우리는 발달된 기술 문명에도 불구하고 지진과 같은 지질재해에 대응할 능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산업화되고 국제화된 현대사회는 이런 자연재난에 더 큰 취약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미국 서부나 일본과 같이 지각판 경계 지역에 위치하고 있지 않아 중대형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 곳은 아니다. 그러나 2016년과 2017년에 연이어 발생한 경주(규모 5.8), 포항지진(규모 5.4)에서 경험했듯이 지진 안전지대라고 볼 수도 없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디지털 지진관측망이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고, 2016년 경주지진 이후에는 그 수가 급격히 증가해 지금은 고밀도 지진관측망과 통신기술을 활용해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자연지진과 북한 핵실험 등 인공지진의 실시간 관측을 하고 있다.
지진 발생 이후 빠른 관측과 정보전달 측면에서 많은 진전을 이룬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강진에 대비하는 것은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옆 나라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대부분 지진해일에 의한 피해로 지반 흔들림으로 건축물 붕괴 등에 의한 피해는 크지 않았다.
최근 튀르키예와 모로코 지진에서 보듯이 강진이 발생할 경우 우리의 대비 정도에 따라서 피해 수준은 수배에서 수십 배 차이가 날 수도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두 번의 큰 지진 이후 지진재해 경감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다. 고밀도 지진관측망이 구축돼 미소 지진활동을 관측함으로써 강진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을 탐색하고 있다.
동남권 지역을 시작으로 전 국토에 걸쳐 지진활동 흔적이 있는 단층을 찾는 고지진 조사도 수행 중이다.
인공위성을 이용해 지각변형 특성을 분석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한반도 지진활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얻기도 했다.
이런 다학제적 연구는 고도화된 지진재해 평가 체계를 구축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국내 지진 연구 영역을 동북아 지역으로 확대할 필요도 있다.
지진 활동은 기본적으로 지각판 운동에 그 원인이 있으므로 우리나라 주변의 판경계를 포함하는 거시적인 지역에 대한 지진학적 이해가 있어야 국내 지진 현상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있다.
또한 중대규모 지진 발생 빈도가 현저히 낮은 국내에서 마냥 기다리고 있는 것 보다는 동북아 주변지역에 대한 연구를 적극적으로 수행해 국내 강진 발생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진 현상을 얘기할 때 많은 사람들의 주된 관심은 '지진예측이 언제쯤 가능할까'다. 미래에 발생할 지진의 위치와 시간, 크기를 특정하는 지진예측 방법이 점 예측인데, 지금의 기술로 이러한 지진예측은 어렵다.
지각판 운동에 의한 지진단층 응력 축적과 해소 과정에 대한 물리적 이해가 충분하지 않고 이 현상을 정밀하게 관측하는 능력도 아직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간 예측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양한 지진연구 결과를 활용해 미래 지진활동 범위를 확률 모형을 사용해 예측하는 것이다.
물론 예측 구간이 넓을 경우 무용론이 제기될 수도 있지만 동물의 이상행동이나 지진구름 같은 기상현상보다는 좀 더 현실적으로 지진예측에 접근하는 방법으로, 확률론적 지진재해지도 작성 연구가 대표적이다.
다학제적 연구결과를 활용해 구간예측의 범위를 최대한 줄임으로서 지진재해 경감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예측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지진을 사전에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미리 충분히 대비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불안감이,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지진전문기관의 진화된 연구, 국민의 적극적 관심 등 삼박자가 잘 조화를 이뤄 많은 부분 해소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송석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재해연구본부장 sgsong@kigam.re.kr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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