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정부 행정전산망 장애가 발생하자 온·오프라인 행정 서비스가 올스톱했다. 카카오톡 먹통 사태,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먹통, 법원 전산망 마비, 나이스(NEIS·교육 행정 정보 시스템) 먹통 등 잊을만하면 전산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디지털 강국'은 허울뿐인 명칭이 돼버렸다. 윤석열 정부가 디지털플랫폼정부를 표방하며 공공분야 디지털전환(DX)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정작 탄탄한 대응 시스템 구축은 미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성남 판교 SK C&C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국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 주요 서비스가 마비됐다. 사용자는 127시간 30분 동안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 날짜로 환산하면 5일 7시간 30분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일명 '카카오 먹통 방지법'까지 만들며 재발 사태를 막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법은 데이터센터 이중화·이원화 조치를 마련하고,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도 재난을 수습·복구하기 위한 방송통신재난 관리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카카오는 향후 5년간 지난 5년간 투자금액의 3배 이상 인프라에 투자하겠다는 재발방지 계획도 발표했다.
정부가 민간 사업자에 칼을 빼들었지만, 지난해 10월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먹통 사태에 이어 올해에만 행정망 서비스가 세 번 멈추면서 공공 전산망이 도마 위에 올랐다.
보건복지부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지난해 10월 초 개통 이후 온갖 오류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비판을 받았으며, 현재까지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부처별 사회 복지를 담당하는 대형 정보기술(IT) 시스템을 통합·개편하는 프로젝트다. 기초 생활보장, 기초 연금, 보육 등 120여개 복지 서비스를 국민에게 보다 편리하게 지원·제공하는 게 목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오류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 “국가 예산 1200억이 투입된 대형 개발 사업인데, 지난해 대규모 오류로 인해 생계급여, 기초연급, 아동수당 등을 제때 받지 못해 사회 취약계층에서 큰 불편을 겪었다”면서 “올해 8월까지도 관련 지자체에 436건의 오류가 보고되는 등 피해사례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엔 법원 전산 시스템이 마비됐다. 재판사무시스템, 법관통합재판지원시스템 등 내부 전체 업무시스템과 전자소송 홈페이지 등 일부 외부시스템의 서비스가 중단됐다. 당시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재판사무 및 전자소송시스템 중단 사태' 관련 사과문을 통해 “전날 개원한 수원회생법원과 부산회생법원에 회생·파산 관련 사건의 데이터를 이전하는 작업 중 문제가 발생했다”며 “프로그램적 오류 등으로 인해 목표 시간까지 이관을 완료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엔 전국 초·중·고교에서 학교 행정 업무에 사용하는 나이스의 새 버전이 개통하자마자 오류가 발생해 학교 현장이 대혼란에 빠졌다. 당시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업무가 폭증하는 학기 말에 나이스로 인한 '교육 재해'가 발생했다”며 날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공공 전산 서비스 가용성 확보 등 관리 체계 시스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전 세계가 디지털플랫폼정부를 지향하는 한국을 주목하고, 본받으려 한다”면서 “큰 방향성에선 잘 해왔지만, 세부적인 관리 측면을 되짚어 보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재학 기자 2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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