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장교 출신이자 유명 군사 블로거인 이고르 기르킨이 구금 중 내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극단주의 선동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는 기르킨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나는 선거에 나간다”고 글을 올렸다.
그는 “후보자로서 테이블에 앉지도 못할 것”이라고 예견하면서도 “현 러시아 상황에서 대선에 참가하는 것은 사기꾼들이 카드놀이를 하는 테이블에 앉는 것과 같다는 것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며 대선 출마 의사를 드러냈다.
출마 이유에 대해 기르킨은 “외부와 내부의 위협에 직면해 단결할 수 있는 기회”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일한 승리자로 알려진 크렘린궁의 '부끄러운 선거' 계획에 차질을 빚게 하기 위함이다”라고 말했다.
러시아 대통령 선거법에 따르면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최소 5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후보로 추천받아야 한다.
앞서 '스트렐코프(기르킨의 가명)을 지지하는 러시아 운동'의 공동 의장 올레그 넬진은 전날 텔레그램을 통해 “기르킨이 3월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을 지지자들에게 촉구했다”고 밝혔다.
기르킨은 러시아 FSB 장교 출신으로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친러시아 민병대를 조직하는 데 기여한 인물이다.
이후 군사 블로거로 활동한 기르킨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지지하는 한편 러시아 정부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군사력을 총동원한 맹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서 푸틴 대통령에 “전쟁에 대비한 조건을 만드는 것에 대한 지도력을 갖추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에게 이양할 필요가 있다”며 그를 '비열한 인물', '겁쟁이'라고 비난하다가 지난 7월 21일 극단적인 선동 혐의로 체포됐다.
한편, 최근 푸틴 대통령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초당적 지지로 당선된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라는 상징성을 가지기 위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17일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3월 대선에 출마해 최소 2030년까지 집권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대선 출마를 확인했다. 다만 무소속 출마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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