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이 비당권파와의 관계 설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이라는 변수를 맞은 국민의힘은 갈등 해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비명(비 이재명)계가 보폭을 넓히고 있어 주목된다. 양당 비당권파인 이준석계와 비명계가 총선을 앞둔 12월 말 연대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양당 지도부의 선택이 관심이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21일 대전에서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만난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지역구인 대전에서 국민의힘 혁신위를 대상으로 '한국의 정치 개혁'을 주제로 강연을 펼칠 예정이다.
인 위원장 등판 이후 국민의힘은 이른바 중도·외연 확장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비당권파인 이준석계와 갈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사실상 창당 절차를 밟는 모양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8일 활동 및 정치적 행동에 대한 공지·안내를 위한 연락망을 구성하겠다며 인터넷 설문 설문조사를 띄웠다. 이후 20일 오전 기준으로 약 4만여명이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9일 더욱 노골적으로 발언했다. 그는 이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열심히 하면 언젠가 (대선 후보로) 가볼 수는 있겠다고 생각한다. 지금 가도 어쩌면 윤석열 대통령보다 잘할 수 있겠다 싶다”며 '12월 27일 신당 창당 예고'에 힘을 실었다.
이는 이 대표 측이 연락망 구성을 창당하기 위한 발기인-당원 명부에는 활용하지 않겠다고 공지했지만 사실상 새출발을 위한 밑거름으로 해석된 배경이다. 인 위원장은 20일 취재진과 만나 “이 전 대표의 창당과 관련해 기회가 되면 만나서 (하지 말라고) 설득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도 상황은 비슷하다. 민주당은 비명계와의 관계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명 혁신계인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이 주축인 '원칙과 상식'은 당내 개혁에 대한 시한을 '12월 말'로 제시했다. 이후 지난 19일 첫 공식 일정으로 청년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당내 일부 청년들은 문재인 정부 시절과 이 대표 체제 출범 이후 편 가르기, 당내 민주주의 파괴 등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또 다른 비명계인 이상민 의원이 인 위원장과 만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탈당설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이준석계와 비명계의 연대 가능성도 제기하는 분위기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비례대표와 정당투표라는 제도를 통해서 제3당이 의미 있는 숫자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움직임을 하게 되면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며 “12월 말까지 제3당을 만드는 것에 대한 합의와 이에 대한 명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