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호 민간 벤처모펀드 출범…'정책자금 중심 투자시장 민간 전환 물꼬'

제1호 민간 벤처모펀드가 출범했다. 정책 자금 중심의 벤처투자시장에 새로운 민간 자금 공급원이 가동된다. 민간 중심 벤처생태계 전환의 첫 물꼬가 트였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하나금융그룹은 20일 서울창업허브 스케일업센터에서 '민간 벤처모펀드 출범식'을 개최했다. 1호 민간 벤처모펀드는 '하나 초격차 상생재간접펀드'라는 이름으로 총 1000억원 규모로 조성한다. 하나금융그룹이 100% 출자자로 참여하고, 하나벤처스가 10년간 운용한다. 시스템반도체, 바이오, 미래 모빌리티 등 10대 초격차 분야를 중심으로 출자·투자한다.

하나벤처스는 모펀드 결성총액의 60%를 하위 자펀드에 출자할 계획이다. 주목적 투자기간 3년간 총 600억원을 약 12개 운용사에 출자할 방침이다. 내년 240억원, 2025~2026년에 각각 18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운용사당 평균 출자 규모는 50억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결성총액의 나머지 40%는 모펀드가 직접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모펀드 출자를 받은 자펀드가 투자한 기업에 공동 투자하거나, 다른 기관투자자가 보유한 펀드 자산(구주)을 인수하는 세컨더리투자를 적극 수행할 예정이다. 청년 창업 기업에 대한 투자 등 정책 목적 투자도 직접 수행하기로 했다.

민간 벤처모펀드 도입 목적인 벤처투자 시장 유동성 공급과 회수시장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전략이다. 한국벤처투자도 하나벤처스의 원활한 모펀드 운용을 위해 정책 벤처모펀드 운용 경험을 전수하기로 하는 업무협약을 이날 체결했다.

출범 행사 이후에는 민간 벤처모펀드 활성화를 위한 벤처캐피털(VC) 업계와 토론회도 열렸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벤처투자조합 출자 허용, 세제혜택 강화 등 민간 벤처모펀드 재원을 두텁게 마련하기 위한 제언이 주를 이뤘다. 1호 민간 모펀드 출범으로 민간 중심 벤처생태계 전환을 위한 물꼬는 트였지만, 아직 다양한 출자기관 참여를 이끌기에는 부족하다는 시각에서다. 민간 벤처모펀드 대형화를 위해 공모형 민간 벤처모펀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종술 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벤처투자 시장에서 기업가치가 조정기에 들어간 만큼 지금이 공모형 벤처투자조합 도입을 논의할 수 있는 적기”라면서 “공모형 벤처투자조합 도입을 민간 모펀드에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훈모 하나벤처스 상무는 “금융 시장 유동성에 어려움이 생긴만큼 내년부터 2026년까지 결성되는 벤처펀드는 황금 '빈티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면서 “검증된 벤처캐피털(VC)에 출자해 의미있는 성과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민간 벤처모펀드는 장관 취임 이후, 벤처기업인 시각으로 심혈을 기울여 탄생시킨 첫 번째 벤처정책”이라면서 “민간 벤처모펀드 1호는 민간 주도 벤처투자 시장을 상징하는 기념비적인 펀드로서 업계 이정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