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4일 서울대에 아시아 최초로 소형 모듈 원자로(SMR) 가상 운전 시뮬레이터 'E2센터'가 국내 기업의 지원으로 설립됐다. E2센터는 SMR 개발 최일선에 있는 미국 뉴스케일파워의 원자로 주제어실 환경에서 직접 차세대 원자로의 운전을 경험하고, 혁신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첨단 교육 시설이다.
지난 일주일간 학생과 함께 훈련을 받고, 가상의 원자로를 운전해 보면서 개념적으로 이해하고 있던 최신 SMR 기술이 실제로 얼마나 단순하면서도 안전한 지를 직접 몸으로 체험했다. 특히 시뮬레이터 시설이 없어 실습 교육에 어려움이 있었던 국내 대학의 많은 인재에게 양질의 고급 교육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서울대 E2센터 개소식에는 미국 뉴스케일파워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를 맡고 있는 호세 레예스 박사가 참석했다. 그는 학생들 앞에서 '뉴스케일 : 우리 에너지 미래의 혁신'이란 주제로 발표를 했다. 레이예스 박사는 학교에서 시작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어떻게 미래 에너지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설명했다. 또한 SMR 개발 과정에서 미국에서 정부가 세 번이나 바뀌었음에도 본인들의 기술개발에 대한 지원이 한 번도 어려움을 겪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굉장히 자랑스러워 했다. 혁신 기술이 태어나기 위해서 정부나 공동체로부터 지속적인 신뢰와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잘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 미국 내 첫번째 SMR 사업으로 주목을 받았던 뉴스케일파워의 유타발전소 프로젝트가 중단됐다는 소식이 발표됐다.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비용이 증가해 불확실성이 커졌고, 루마니아 사업이나 스탠다드파워 데이터센터 등 더 큰 사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에 내려진 결정이라고 들었지만 상징성이 컸던 사업인 만큼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E2센터 개소식에는 뉴스케일에 투자한 국내 대기업들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이들 역시 유타 프로젝트 중단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지만 이것이 SMR의 기술이나 안전성에 대한 문제로 발생한 일이 아닌 만큼 혁신적인 기술이 새로운 시장으로 진입하는 데 발생하는 여러 과정 중에 하나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최근 유타 SMR 프로젝트의 중단 소식이 우리나라가 추진 중인 혁신형 SMR 기술개발 예산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뉴스케일 프로젝트가 중단됐으니 10년 후 탄소중립 시대의 에너지 미래를 내다보고 개발하고 있는 혁신형 SMR도 중단해야 한다는 논리다.
현재 세계 SMR 개발은 전쟁터와 같다. 탄소중립 미래로 가기 위한 과정에서 창출될 SMR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수많은 국가와 기업이 도전과 노력을 하고 있다. 결국은 좋은 기술과 경제성을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사람들이 미래 SMR 시장을 선도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SMR의 후발주자인 한국이 해야 할 일은 남들이 앞서 경험했던 시행착오들을 반면교사 삼아 목표로 하는 2028년까지 세계 최고의 경쟁력있는 SMR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가 보유한 원자력 분야의 기술력과 경험을 토대로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지금은 정치와 이념을 넘어서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서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혁신형 SMR 기술개발에 힘을 실어주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김응수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학과장 kes7741@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