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와 IBS 등, AI·위성영상으로 경제지표 추정…북한 지역간 경제 격차 심화 파악

북한의 2016년 및 2019년 위성 영상과 경제 점수 차이. 상단은 원산 갈마지구, 하단은 위원개발구.
북한의 2016년 및 2019년 위성 영상과 경제 점수 차이. 상단은 원산 갈마지구, 하단은 위원개발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은 차미영-김지희 교수팀이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 서강대, 홍콩과기대, 싱가포르국립대와 국제공동연구로 위성영상을 활용해 경제 상황을 분석하는 새로운 인공지능(AI) 기법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데이터 부족을 극복하려는 시도다. 기존 통계자료 기반 학습이 아닌, 기초 통계도 미비한 최빈국까지 모니터링할 수 있는 범용적인 모델이다.

연구팀은 유럽우주국(ESA)이 운용하며 무료 공개하는 센티넬-2 위성영상을 활용했다. 위성영상을 약 6㎢ 작은 구역으로 분할한 후 각 구역 경제 지표를 건물, 도로, 녹지 등 시각 정보와 AI 기법을 기반으로 수치화했다.

이번 연구 모델 차별점은 '인간-기계 협업 알고리즘'이다. 인간이 위성영상을 보고 경제 활동의 많고 적음을 비교하면 기계는 그 정보를 학습해 각각 영상자료에 경제 점수를 부여하는 것이다. 기계학습만 사용했을 때보다 성능이 월등했다.

연구팀은 북한 및 아시아 5개국(네팔, 라오스, 미얀마, 방글라데시, 캄보디아)에 기술을 적용해 세밀한 경제 지표 점수를 공개했다. 이 연구가 제시한 경제 지표는 기존 인구밀도, 고용 수, 사업체 수 등 사회경제지표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데이터가 부족한 저개발국가에 적용 가능함을 확인했다.

또 제시된 모델 강점은 경제 활동의 연간 변화를 탐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 사회가 목표로 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빈곤종식'과 '불평등해소' 추이를 재빠르게 모니터링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경제상황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또는 환경적 지표를 측정하는데 조정될 수 있다. 모델을 기후변화와 재해재난 피해가 높은 지역을 식별하도록 훈련한다면, 인도주의적 지원이 어느 지역을 중심으로 실행돼야 하는지 지도할 수 있다.

이를 북한에 적용한 결과, 대북 경제제재가 심화된 2016년과 2019년 사이 북한 경제에서 경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북한 경제 발전은 평양과 대도시에 더욱 집중돼 도시·농촌 간 격차가 심화됐다. 또 관광 경제개발구에서는 새로운 건물 건설 등 유의미한 변화가 드러난 반면에, 공업 및 수출 경제개발구에서는 반대로 변화가 미미했다.

차미영 KAIST 전산학부 교수(IBS 데이터사이언스그룹 CI)는 “전산학, 경제학, 지리학이 융합된 이번 연구는 범지구적 빈곤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개발한 알고리즘을 이산화탄소 배출량, 재해재난 피해 탐지, 기후 변화 영향 등 다양한 국제사회 문제에 적용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에는 경제학자인 김지희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양현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박상윤 홍콩과기대 교수도 함께 참여했다.

연구진은 개발 모델 코드를 무료로 공개한다. 측정 지표가 여러 국가 정책 설계 및 평가에 사용될 수 있도록 기술을 개선하고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인공위성 영상에 적용해 공개할 계획이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